바비칸 센터 Barbican Centre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예술센터. 각종 아레나를 제외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콘서트홀(1,943석)과 극장(1,154석), 3층에 있는 갤러리와 1층 전시 공간, 영화관(관별 280석, 153석, 147석), 공공도서관에 온실(Conservatory)까지 갖추고 있다.
바비칸이 들어선 런던 시티의 북쪽 일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초토화됐다. 전쟁 후 이 지역은 ‘어떻게든 복구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백지’가 됐다.
도시 재건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 체임벌린·파웰·본(Chamberlin, Powell and Bon)은 여기에 주거·상업·문화 기능을 모두 품은 신도시 개념을 제안했다. 주거단지 ‘바비칸 이스테이트’와 그 심장부인 ‘바비칸 센터’가 이렇게 탄생한다.
바비칸을 처음 마주하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시야를 장악한다. ‘브루털리즘(Brutalism)’이라 불리는 건축 양식이다. 장식 없는 거친 표면, 기하학적 구조, 높낮이가 다른 보행로와 계단. 한눈에 매혹되는 사람도 있지만, ‘차갑고 비인간적’이라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많다. 이 분열된 평가는 오히려 바비칸을 특별하게 만든다. 예술은 논쟁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바비칸은 건물 자체가 그 논쟁의 장이 된다.
바비칸 센터 내에 위치한 온실, 즉 '바비칸 식물 정원'은 큐 가든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온실이다. 이 온실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식물과 자연 요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온실은 열대 및 아열대 식물들이 자생하는 환경을 재현하고 있으며, 이곳은 식물의 다양성과 자연을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바비칸 식물 정원은 관객들에게 평화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다양한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도 열린다. 바비칸 센터는 문화적, 예술적 공간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1982년에 문을 연 바비칸은 화장실 수압 문제를 비롯해 건물 노화로 인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 리뉴얼에 대해 2025년 1월 30일부터 2월 17일까지 대중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간을 새롭게 하는데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가 의미 있다.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는 1982년 개관 이후 연간 최대 200만 명이 찾는 바비칸 센터를 미래 세대에도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문화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건물의 설비와 구조를 보수·개선하고, 활용도가 낮았던 공간을 공공·시민·창작 활동을 위한 장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브루탈리즘 건축의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포용성, 지속가능성, 미래 지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1차 프로젝트 대상은 바비칸의 상징적인 공간인 로비와 강변, 그리고 온실이다.
바비칸 안으로 들어서면 런던 심장부 한복판에 거대한 ‘문화 생태계’가 펼쳐진다.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에서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가 상주하며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을 맞이한다. 시네마에서는 헐리우드 신작 대신 특정 감독·국가·장르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자주 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비칸 메인 시어터(Barbican Main Theatre)가 있다. 약 1,160석 규모로 런던에서 가장 큰 연극 전용 무대 중 하나인 이곳은 대담한 건축 디자인과 다채로운 무대 변환이 가능한 공간 구조로 유명하다.
설계 당시부터 음향과 시야 확보가 철저히 고려돼, 객석 어느 곳에서나 몰입감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연극부터 무용·오페라·콘서트·실험극까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대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와의 장기 파트너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명망 있는 극단과의 협업으로 런던 관객에게 폭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고전이 새롭게 재해석되고, 동시대 작가와 연출가들이 신작을 선보인다. 메인 시어터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창작과 탐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실험실이자 영국 공연예술계의 중요한 무대다.
바비칸의 진정한 힘은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에 있다. 주변의 주민들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전시를 본다. 아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무대를 경험하고, 연인들은 호수 옆 카페에서 콘크리트와 녹지의 묘한 조화를 즐긴다. 무엇보다 야외 영화관은 여름날의 낭만을 더한다. 2025년 8월에는 Dune을 비롯해 고질라의 귀환, 뮤지컬 영화 베이비 마더, 반딧불이의 무덤 애니와 우주에서 온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 이야기 '리틀 샵 오브 호러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