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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Dec 17. 2019

못다 한 이야기 2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빠, 사람들이 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말하던데 거긴 어때, 사람들 말처럼 좋은 곳이야? 거기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지? 아플 만큼 충분히 아프다 갔으니까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있지 아빠, 나 울만큼 울고 이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학원을 가려고 문 밖을 나서려는데 불현듯 집이 너무 공허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도망치듯이 나와 버렸어. 침대 속으로 들어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하게 될까 봐. 그리고 평소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데 뭔지 모를 슬픔이 몰려왔어. 버스를 타서는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아빠가 너무 보고 싶더라. 이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나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나 사실 입관할 때 아빠가 너무 미웠어. 나한테 다 떠넘기고 무책임하게 먼저 가버려서. 나는 아직 어린데.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어린 나이인데. 나도 어리광 피우고 싶고 좀 더 나중에 이런 기분 느끼고 싶은데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되어 버려서. 아빠가 너무 밉더라. 그러게 건강 좀 챙기지. 진작 말 좀 잘 듣지. 자기 몸 좀 돌보면서 살지 그랬어.


 나 그래도 보기에 잘 지낸다? 이제 다시 학원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 고모들이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쇼핑도 했어. 일상을 찾으려고,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근데 있잖아 아빠. 나 이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분명 예전에는 분명하고 확실한 무엇인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사라져 버렸어. 일상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비어있어. 아빠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깨달았을까? 깨달았다면 힌트라도, 아니면 짧은 한 마디라도 어떻게 살라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라고 이야기해주지. 


 엄마랑 누나도 나름 잘 지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일상을 찾아가는 것 같아. 보기에 너무 잘 지내는 것 같다고 서운해하지는 마 아빠. 우리는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도 하지 마. 엄마는 가족들도 엄청 많고 누나는 걱정과 달리 직장 생활을 곧잘 하는지 좋은 동료들이 많이 있더라. 나도 좋은 친구들이 곁에 많이 있고. 내 친구들을 아빠한테 보여주지 못 한 게 마음에 계속 걸리네.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친구들이랑 내가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이 많은데.

 

 마지막으로, 아빠가 없는 이 세상이 아직 너무 낯설지만 그래도 살아갈게. 살아갈 이유도, 방법도 찾아볼게. 아빠가 나를 항상 믿어줬듯이, 잘할 거라고 해줬듯이 나도 나를 믿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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