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잼 매니저 Jan 24. 2020

나무, 바람

나무, 바람


나는 내가 나무와 같다고 생각했어.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한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계절에 따라 그 색과 향이 달라지지만 뿌리내린 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

사람들을 내 그늘 밑에서 쉬게 하고 비를 막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

나무가 나이테를 하나씩 두르며 보다 넓게 굵고 단단해지듯이

나도 언젠가는 강한 태풍에 흔들리지도 부러지지도 않을 튼튼한 몸통을 갖게 될 것이라 상상했어.


그런데 아니었어. 나는 나무가 아니라 바람이었어.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 하고 정착하지도 못 하는, 바람이었어.

어느 누구도 감싸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에게는 환희를 선물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혹독함을 가르치며

흘러가는 바람이었어. 


    

매거진의 이전글 알 수 없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