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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Sep 13. 2020

가상 인터뷰

코로나 시대 사람들


나 훈회(편의점 사장, 37)


 미치겠어요. 개강 시즌에 맞춰 입점하려고 돈도 많이 썼거든요. 근데 난데없이 코로나가 터지더니 개강을 안 해버리는 거예요. 학교가. 일 매출 300만 원 잡고 왔는데 개점한 날 매출이 얼마 나온 줄 알아요? 3만 원 벌었어요. 3만 원. 참 나. 하…. 제가 원래 대기업 다녔거든요? 근데 대기업이 말이 좋아 대기업이지, 인간 부품이나 다름없거든요. 일은 많은데 승진은 안 되지, 그러다 보니 후배들은 알게 모르게 무시하고 피하지, 상사는 갈구지…. 버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사업을 시작한 건데. 시작하자마자 이 꼴이 난 거예요. 정부지원요? 정부지원은 무슨. 저는 지원 자격이 안 된대요. 작년 매출이 없어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받겠다고 열심히 서류 준비해서 제출했더니 자격이 안 돼 돈을 줄 수가 없다네요. 하, 한숨만 나와요. 한숨만. 막막하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정리를 해야 하나,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좀 더 버텨봐야 하나. 감도 안 잡히죠. 점점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또 퍼지면서 규제가 들어오니까. 뭐 요즘 편의점 매출이 올랐다 이런 소리들이 있는데, 그것도 동네 편의점 얘기죠. 여기는 유동인구 90%가 학생 아니면 학교 관련자예요. 집 앞에 코 닿으면 편의점이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사가겠어요, 사람들이? 나 같아도 집 앞 편의점 가지. 답이 없어요, 답이. 오죽하면 7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매일 2갑씩 피우겠어요. 하루하루가 지옥이에요. 아무리 더럽고 치사했어도 조금만 더 버텼다가 나오는 건데…. 



황 사장(교외에서 개인 카페 운영, 62)


 나는 이름 말고 그냥 황 사장으로 해줘. 힘든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름이 그대로 나가는 건 좀 그렇잖아.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사실 카페는 이미지, 분위기 뭐 이런 거 거든. 지역이랑 카페 이름도 밝히지 말아 주고. 응? 사실 우리는 코로나 덕을 좀 봤지. 정부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도 못 가게 하고, 서울이 위험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많이 오더라고. 매출이 늘었어, 오히려 우리는.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했으면 싶더라니까. 딱 지금처럼만. 이건 좀 너무 이기적인가? 근데 한 잔에 팔천 원, 만 원씩 하는 커피를 턱턱 잘 사 먹는 걸 보면 또 그렇게 힘든 사람이 많진 않은 것 같다니까. 주말에는 알바를 4명씩 써도 애들이 죽으려 해요. 힘들어서. 요새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다는데 한 명 더 뽑아줄까 봐. 지역 사회에 기여도 좀 할 겸. 이러다가 지역 청년 일자리 공로로 상 받는 건 아닌지 몰라. 호호. 근데 그건 그렇고 요새 취업이 정말 그렇게 잘 안 되나? 우리 아들이 취업한다고 준비한 지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영 직장을 못 구하고 있네. 지 말로는 회사들이 있는 직원들도 내쫓아내고 있는 판에 무슨 취업이냐는데. 아이고, 참 걱정이야, 걱정. 요새 젊은 사람들도 사는 게 참 힘들겠어, 그치?



진 수용(고등학교 1학년, 17)


 그러려니 해요. 처음에는 좀 짜증 났죠. 학교를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책을 짜는지 몰라. 근데 뭐 학교 가도 똑같아요. 친구랑 말도 못 하게 하고, 책상도 다 띄어 놓고. 심지어 밥 먹을 때도 감시하면서 못 떠들게 한다니까요? 가림 막도 다 설치해놨으면서. 북한이야 뭐야. 자기들은 밥 먹으면서 잘만 떠들어대면서. 제가 봤어요. 교사 식당이랑 붙어있거든요. 쌤들은 깔깔거리면서 잘만 떠들던데요. 웃겨, 진짜. 덕분에 친구도 못 사귀었어요. 그냥 중학교 때 애들이랑만 다니고. 집에서 하도 뭐라 하니까 학원도 못 가고, 답답해 죽겠어요. 마스크 끼고 다니는 것도 짜증 나고, 아침마다 자가 건강검진하는 것도 귀찮고. 공부요? 당연히 안 되죠. 마스크 끼고 수업하는데 뭐 들리겠어요? 그냥 앉아 있다가 집 가서 인강이나 듣는 거예요. 새로 친해진 애들이랑 코노도 가고, 옷도 사고, 콘서트도 갈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죠, 뭐. 세상이 이런데. 한낱 고등학생이 어쩌겠어요? 으—른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으으. 



장 나긋, 도 츤데(부부, 20년째 식당 운영, 58, 58)


 꺼져.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야. 장사 안 돼서 파리만 날리고 있구만, 누구 놀려? 썩 꺼져! (그럼 저, 김치찌개 하나만…) 뭐? 먹을 거야? 근데 김치찌개는 1인분 안 돼. (그럼 2인분으로…) 2인분? 알겠어. 여보! 김치 2인! 홀! 고기 좀 넉넉하게 넣고. 그래, 뭐가 궁금하다고? 장사? 안 되지, 이 사람아. 보면 몰라? 파리만 날리잖아, 파리만. 그나마 배달이 좀 많아져서 간신히 버티는 거지. 근데 이걸로는 유지비도 안 돼. 여기 임대료가 얼만 줄 알아? 원래 배달을 했던 집도 아닌데, 그거 해서는 택도 없지. 에휴, 말세야 말세. 내가 여기서만 20년 넘게 장사하는데 이런 적이 처음이라니까. 여기, 김치 2인분 나왔습니다. 어, 여보 그거 여기 두고 잠깐 앉아봐. 뭐 물어볼 게 있대. 대답 좀 해줘. 나는 나가서 담배나 한 대 피고 올라니까. 매출 차이요? 많이 나죠. 우리 집이 지금은 이래도 줄 서서 먹고 그랬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직원도 주방에 둘, 홀에 셋이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남편이랑 둘이 나와서 하는 거예요 지금. 다 3년, 5년 이렇게 오래된 직원들인데 미안하죠. 상황 나아지면 다시 꼭 부르겠다고 했는데 이래서는 다시 부를 수 있을 지나 모르겠어요. 둘이 하는 데도 월세 내기도 벅차니, 원. 그나마 애들이 다 커서 다행이지. 한창 애들 클 때 이랬으면 정말 깜깜할 뻔했어요. 정부 규제에 대한 생각이요? 음, 솔직히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점심 장사도 점심 장사지만, 밤에 술이랑 같이 파는 게 매출 비중이 더 크거든요. 근데 아예 회식이나 모임도 못 하게 하고, 밤에 장사도 못 하게 하니까. 대신 월세 내주는 것도 아니면서. 대출받게 해 준다 해도 결국 우리가 그거 다 갚아야 하는 거잖아요. 본인들이 세내면서 장사하면 그런 정책 만들었겠나 싶어요. 물론 확진자 다녀갈까 봐 염려도 되죠. 근데 병 걸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데. 돈 없어서 피 말라죽는 거보다야 낫겠죠. 정책도 정책이지만, 사람들도 야속해요. 모이지 말라는데 굳이 모여가지고 병이나 퍼트리고, 거짓말해서 확진자 늘리고. 이런 사람들한테 그 지역 인근 상인들 월세랑 매출도 청구해서 나눠줘야 한다니까요. 아이고, 아직도 얘기 중이여? 무슨 좋은 일이라고. 그만 해. 여보, 어디 하소연할 데라도 있어야지. 그래도 털어놓으니까 속이라도 좀 풀리네. 하이고, 참 내. 근데 이 친구 잘 먹네. 밥 좀 더 퍼다 줄게, 고기 다 건져 먹고 가. 그거 좋은 고기야.



 금 강(대학생, 21)


 불편한 거요? 딱히요. 아, 알바 못 하는 거랑 요새 클럽이나 술집 못 가는 거? 초반에는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못 가게 하니까. 놀 데가 없어요. 놀 데가. 알바 못 해서 놀 돈도 별로 없지만. 코로나 걸릴 걱정이요? 젊은 사람들은 치료 안 받고도 막 자연 치유되고 그러던데. 아녜요? 제 친구 친구도 걸렸는데 별 거 없었대요. 그래서 크게 걱정은 안 돼요. 부모님이요? 아, 저는 본가가 대구라 혼자 살아요. 대구가 한창 심할 때 못 내려가다가 한 번 갔다 올까 싶으니까 서울이 난리라, 아직도 못 내려가고 있지만. 맞다, 생각해보니까 대학 등록금 좀 아깝다. 학교 가지도 않는데 돈은 똑같이 다 낸다니까요? 솔직히 수업 질도 떨어지고, 학교 시설은 이용도 못 하는데, 몇 백만 원을 똑같이 받아가다니 말이 안 되죠. 완전 도둑놈들 아니에요? 나도 대학교나 하나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네. 아니, 저번에는 캠으로 수업하다가 교수님이 갑자기 컴퓨터가 안 된다고 잠깐 기다려달라고 해서 거의 한 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기다렸다니까요. 그런 식으로 수업하면 나도 하지. 쨌든, 그래서 그냥 휴학하고 군대나 갈까 생각 중이에요. 휴가랑 면회 통제하는 건 열 받지만, 뭐 훈련은 꿀 빨지 않겠어요? 전역자도 부대 복귀 없이 바로 전역 처리 해준다는데. 할 일 없이 시간 보내는 것보단 어차피 갈 거 빨리 갔다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동기들도 군대 많이 가요, 요새. 대면 수업 없는 애들은 거의 다 본가로 돌아갔고. 가끔 보면 동네가 유령도시 같다니까요.



 강 예민(직장인, 32)


 진짜, 사람들이 안전 불감증이에요. 안전 불감증. 아직도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요. 아직도! 입이랑 코랑 다 내놓고 다니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을 정도고. 이런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걸까요? 네? 대체 그럴 거면 왜 마스크를 귀에 걸고 다니는 거죠? 마스크가 귀걸이야? 그러다가 옆 사람 걸리면. 본인이 책임질 건가? 자기가 무증상 확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나? 내가 봤을 땐, 이게 다 정부가 공짜로 치료해줘서 그런 거라니까요? 내가 낸 세금인데!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외국인이고 유학생이고 그냥 들어오는 족족 다 치료해주고, 검사해주니까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다 우리나라로 기어 들어오는 거예요. 누구는 하루하루 바들바들 떨면서 출근해야 되는데. 그렇게 번 돈으로 기껏 세금 냈더니, 그 돈 모아서 친절하게 아무나 공짜로 치료해주고. 이러니 내가 속이 터져요, 안 터져요? 한국이 코로나 심할 때는 안도하고 있다가 본인들 체류하는 나라가 점점 심각해지니까 번개처럼 들어와서는, 팔자 좋게 여행이나 다니고. 누구는 여행 다닐 줄 몰라서 안 다니나? 나도 제주도 좋아하고, 나도 해수욕장 가고 싶고, 나도 맛집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아주 이기적인 사람들 천지라니까. 스튜어디스 준비하던 동생이 저보고 뭐라는 줄 알아요? 복 받은 줄 알래요. 복! 매일, 코로나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 끼어서 지하철 타는 게 복 받은 건가요? 전염병이 온 세계에 창궐해 있는데? 물론, 동생이 안됐긴 하죠. 안됐어요. 오랫동안 그거 한다고 준비한 시간이 그냥 증발해 버린 거니까. 근데 목숨을 담보로 돈 벌러 다니는 것도 안된 일 아니에요? 네? 콜센터 집단감염 퍼졌을 때, 우리 회사 옆 건물에서 확진자 나왔을 때, 내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스트레스받았는데. 나 걸리면 가족들한테 피해 갈까 내가 얼마나 조심하는데. 지는 방에서 공부 안 된다고 생각없이 카페나 가는 주제에. 아휴, 나만 바보지. 나만 바보야.



+) 번외

농 아진(보건직 공무원, 29)


 뒤질 것 같아요. 농담 아니고 진짜로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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