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항상 안부를 묻고 인사를 전하기 위해 연락을 드리는 어른들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던 윤리 선생님, 학군교 때의 선임교관님, 전주에서 만나 연이 계속 이어지는 사장님, 첫 직장인 인테리어 회사의 대표님. 매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 분들에게는 알게 된 이후로 항상 연락을 드린다. 모두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분들이다.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내가 지향하는 어른으로서의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고민과 여러 생각들을 나누는 한 사람과 한 사람으로서의 대화. 10살이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내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한다. 이번에 추천받은 마흔 살에 읽는 쇼펜하우어도 곧 읽을 예정이다. 마흔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반면, 내게 먼저 연락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이 역시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예술을 공부하고 있는 프양은 명절이나 생일과 같은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거의 항상 먼저 연락을 해준다. 우리가 함께 유학을 꿈꾸며 독일어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포기하지 않고 끝내 독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당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부탁도 거절을 하지 못 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아이가 "나는 생일이면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으니 애써 축하해주려 하지 않아도 돼." 했던 나의 단호한 말은 무시한 채 꿋꿋이 연락을 해서 내 주위의 그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심지어는 종종 노래까지 불러준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아마도 프양은, 내가 죽었을 때 가장 많이 울어주는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내 생일을 나보다 기뻐해주는 것처럼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과 고민이 많은 요즘, 잠시 멈추어 안부와 소식을 주고받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