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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Jan 05. 2016

선물하기의 즐거움

주는 기쁨 즐기기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진즉 사두었던 향초 재료를 이제야 꺼내 향초를 만들었다. 꽤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임에도 생각보다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나름 분주하게 지나갔다. 왁스를 중탕하며 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서서히 굳어가는 향초에 말려둔 꽃을 얹어 꾸미려니 괜스레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상대가 좋아할 꽃이나 향기까지 고민하고 있노라니 퍽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제부턴가, 선물을 받는 일보다 선물을 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선물 받을 상대를 충분히 생각해야 겨우 선물을 골라 포장을 할 수 있었다. 선물을  포장할 때면, 상대가 선물을 풀어보며 지을 표정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선물을 받는 일 보다 선물을 주는 일이,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물 받는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더 즐거웠다. 더불어 상대방에 대해 내가 조금은 잘 알고 있구나,를 확인받는 시간이 되는 것만 같아 일종의 만족감 같은 것이 따라오는 듯도 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나, 앞서 말한 만족감 같은 것을 느끼는 또 다른 종류의 선물을 받는 것 일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샌가 투명했던 왁스가, 하얗고 고운 빛으로 굳었다. 얹어놓은 꽃들도 제자리를 찾아 물들어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향긋한 향도 왁스와 함께 잘 스며들었다. 각각에 병에 저마다 다른 모습들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번진다. 함께 향초를 만들던 언니에게 가장 맘에 들었던 향초를 건넸다. 고맙게도 한껏 기쁜 표정으로 선물 아닌 선물을 받아준다. 내일은 미처 생각해 두지 못한 향초포장을 어찌해야하나, 꽤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듯하다.


심지를 꽂아둔 채 순서를 기다리는 병들
이제 막 왁스를 부어놓은 향초들
말린 꽃 장식하기,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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