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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캐나다로 도망쳐온 92년생 남자다.
지금은 영주권을 취득하고 치기공사로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그런 질문을 듣는다.
"캐나다에서 사는 거 어때? 좋아?"
그냥 좋다고 하면 될 걸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인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내가 만족스러울지를 찾다가 결국엔
"그냥 뭐.."
대답도 아닌 대답을 하고는 괜히 찝찝해진다.
'나는 좋은 걸까?'
질문한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혼자 생각에 잠긴다.
사실 캐나다가 좋은 것이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인지 캐나다에서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서 사는 것은 싫은 쪽에 가깝다.
나는 2019년 2월에 한국을 떠났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2017년 3월이 시작이었다.
그 당시 나는 2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교로 편입을 하려다 실패했다.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보는 이들에게 내가 어쩌다 실패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대답하고 있는 내 모습이 구차하고 초라했다.
그 질문들이 싫어서 졸업하자마자 네팔로 떠나버렸다.
돌아와서도 내 모습은 역시나 여전히 구질구질했다.
'어차피 나아질 것도 없지 않나? 10년 뒤나, 20년 뒤나'
'그냥 지금 죽어버려도 딱히.. 상관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의 내가 싫어서 그때 그곳의 나로부터 도망쳤다.
2018년 늦여름, 스스로와 이별을 결심하고 무작정 비행기표부터 샀다.
'이렇게는 못 살아. 아무 희망도 없는 이런 삶은..'
그렇게 도망쳐온 나는 낯설디 낯선 캐나다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캐나다에서 사는 이유를 최대한 간단하게 서술했다.
'과연 나는 한국에서의 나를 마주하고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줘야 그때 그곳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냥 영원히 그곳에 묻어버릴까?'
'...'
이제부터 스스로를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