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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Jan 16. 2023

나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제사를 없앤 지 벌써 수십 년이다.

지난여름에 문우 중 한 분의 제사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100% 나의 기준에서 하는 이야기이므로 혹여라도 제사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분이 읽으시더라도,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책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사의 관습이 언제부터 민간에 내려왔는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제사도 사람이 행하는 행위인 만큼 제사를 드리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어느 집이 제사를 일 년에 12번(한 달에 한 번꼴) 이상을 드리건 말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죽어나는 것은 돌아가신 분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다. 특히 여성 분들의 가장 큰 부담 중에 하나가 바로 시댁 제사일 것이다. 물론 친정 제사도 있겠지만 말이다. 


앞에 이야기 한 사례는 그 문우는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인데, 환자를 옆방에 두고 제사를 올려야 한다면서 평상시에는 돌아보지도 않던 형제들이 모여서 지지고 볶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형제 집에서 제사를 올리든지 해도 될 일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그렇고...




나는 이십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월남 가족이라 달랑 3기밖에 없던 집안의 산소를 아버님이 직접 개묘 해서 정리하고 나서 당신도 돌아가시면 산소를 쓰지 말라고 하셨다. 물론 그 일이 있기 전 몇 해 전에 제사도 더이상 드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명절에 찾을 산소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 대신 명절에는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거나 해외여행을 다녔다. 물론 출가한 누나와 여동생도 명절에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하고, 서로 보고 싶으면 명절이라는 핑계가 아니더라도 아무 때나 편하게 보는 것으로 족하기로 했다. 


장모님께서 작년에 돌아가시고는 처가 쪽으로도 명절에 모이는 행사를 없앴다. 대신 각자 가족끼리 보내도록 했으니, 이제는 완벽하게 명절은 우리 가족만의 것이 되었다. 출가든 분가든 일단 갈라진 가족이라면 각자의 후손들도 명절이라고 찾아올 텐데, 자신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온 가족 친척이 모두 모여서 명절을 보내고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각자 즐거운 마음으로 모여도 시원찮을 판에 명절 가족 모임이나 제사 풍습으로 인하여 산 사람 사이에 분란이 일거나 한다면, 그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진심으로 마음이 동해서 모든 행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형식에 치우쳐서 또는 마지못해서 치르는 행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하나를 포기하면 다른 하나의 기회가 돌아온다는 나의 지론은 얼마 전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힘들고 고된 명절행사나 제사를 포기하게 되면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고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살아있는 사람, 자신들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작년에 적어 두었던 글을 설날을 앞두고 올려 보려고 한다. 제사는 사실 민감한 문제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읽지 말고 가볍게 읽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사(祭祀) (22.07.28.)    

 

아주 어릴 때 

제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먹을 것 많은 

그런 날로 기억하고 살았다

      

조금 자라서는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지방(紙榜) 쓰고 소지(燒紙)하는 재미로

제사상을 차리고 절도 올렸다

     

더 자라서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두가 부질없는 짓임을

가신 후에 모여서 부산 떨 일 그 무에냐

     

어차피 가신 임도 

조상님이 분명하다면

그렇게 부산 떨 일 바라지 않고

후손들 모두가 잘 지내길 원하시겠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저 잠시 마음 모아

가신 임 떠올리는 그것이 바로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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