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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Aug 08. 2023

우리 함께 시인이 되어봅시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문단의 여러 선배 문인이 지나온 길, 즉 시를 습작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시상을 개발하고 시인으로서의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글이 아님은 미리 밝히고자 한다. 이 말은 문학 공부에 흔하게 동원되는 다양한 시론이나 시작법에서 내용을 발췌하여 어설프게 창작한 내용도 아니고, 내가 짧은 기간 동안 습작에 열중하면서 스스로 느낀 내용을 정리한 글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기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요즘에 보면,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연과 현상과 사람의 행위를 모방하고 감성을 묘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은 시인이 항상 주위의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자연 현상 등을 바라보며 느낀 점을 자신만의 표현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므로 그런 마음가짐만 갖고 있다면 일차적으로 누구나 시인의 자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한 견해다. 하지만 다짜고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기존의 모든 시인이 나를 건방진 소리나 하는 정신 나간 놈으로 치부할 수 있다. 물론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그 사람이 지은 시가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문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이 정규적인 시작 수업을 받은 사람인가 아닌가의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많은 시인 중에는 정식 문예 창작의 길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에 속한다. 물론 그렇다고 천부적으로 시인의 자질을 타고난 몇몇 시인들의 사례를 일반화해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억지 이론을 펼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누구든지 시인되기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시중에서 읽히는 시작법 책을 단 한 권 읽어 보았다. 물론 나에게는 아주 좋은 교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 못지않게 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사람이 시작법 책을 수단으로 해서 시를 공부한다면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은 부정적인 효과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시는 수학자가 수학 문제를 풀 듯 여러 공식을 활용해서 그럴듯한 문장을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작 이론을 습득한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자유분방한 시인의 상을 떠올리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어떤 시상이 떠올라서 시를 쓰려고 했더니, 시작법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라서 함부로 문장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모처럼 떠오른 시적 감상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래서 시작법을 공부하기 전에 일정한 시간 동안은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시적 감성을 글이 되건 말건 무조건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은 저질러야 수습할 기회라도 얻어볼 수 있다. 그저 망설이면서 일을 저지르지 못한다면 나중에 다듬어 볼 초안조차 기록해 둘 수 없는 것이다.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이 모여서 합평을 하게 되면 초안은 아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갈기갈기 찢겨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나는 이런 풍조에서 시를 배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초안 작성자의 시상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닌, 그저 자기가 잘났다고 타인의 소중한 시를 짓이기고, 공식에 맞춰서 찢어서 흩어 놓고, 결국은 서로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연습부터 한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바로 수학자나 물리학자의 문제 풀이 과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는 계산적이어서는 안 된다. 감성적이어야 하는 분야다. 아주 명망 있는 시인이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시일지라도, 그 시에 공감하고 감명을 받은 단 한 명의 독자라도 확보할 수 있는 시라면 훌륭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시가 시인의 입이나 손을 떠나면 독자가 그 시를 어떻게 읽어줄지는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대부분의 평론가가 그 시를 가볍게 보면서 평가절하를 하는 것이다.

      

시인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두 번째로 위에서 이야기한 그런 마음가짐에 솔직한 감성을 얹어야 한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공연히 거짓 감성을 덧대거나 과도한 표현을 동원하는 편법을 활용했다가는 시의 순수성을 망치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시의 형식만 흉내 낸 쓰레기 같은 글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유명한 시인이 사용한 시어가 화려해 보이고 표현과 비유가 멋지게 보일지라도, 자기가 쓴 시에서 똑같이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 자기의 시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런 이야기를 마치 고수인 척하면서 늘어놓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시작 초기부터 확고한 자기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내 시에서 멋진 표현과 비유라고 스스로 감탄하면서 흐뭇해하는 시구들을 볼 때가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은 그 시구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만의 표현들이 모여서 나만의 시 세계를 구축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시를 쓰는 기술도 아니고 공식도 아니지만, 한 가지 신경을 쓰면 시가 더 좋아질 수 있는 원칙이 있다. 시인이 느낀 시상을 표현하는데, 가급적 너무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언어와 표현을 동원하지 않는 것이 시를 좀 더 멋지게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시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렇지만 옷을 다 벗은 채로 속내를 모두 드러내고 앉아 있는 여인이 아니라,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가려진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더욱 아름다운 법이다. 무엇인가 신비함도 느낄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시에는 적나라한 언어나 표현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읽는 사람이 알 듯 말 듯 한 시어와 묘사의 나열은 시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시인이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은 그림을 읽는 사람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시인의 시상이나 시 세계를 알아맞히는 퀴즈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독자는 시인의 시를 통해서 독자 자신만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런 글은 정식 문인이 볼 때, 정말 우스운 궤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시가 좋아서, 글쓰기가 좋아서 펜을 잡은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고된 시작 훈련은 오히려 의욕 상실과 사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엉터리 같은 사이비 이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고 가든 모르고 가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공연히 어려워만 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런 어설픈 이론에라도 기대어서 자기만의 글을 써보는 훈련을 시작할 용기를 주자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순박한 어린아이가 쓴 시에 감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 어린아이가 시작법을 배웠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그 어린아이는 위에서 말한 대로 자기가 떠올린 것을 글로 표현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고, 그런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한 시어와 표현 방법을 생각해 내어 글로 적었을 뿐이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감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시인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조차 초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하게 시를 쓸 수 있는지 되돌아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면 나도 앞으로는 좀 더 솔직하고 순수한 시를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울러서 혹시라도 나와 같은 처지의 작가님들이 계신다면, 함께 열심히 창작을 계속해서 마음에 드는 시를 써보자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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