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흔 Nov 05. 2023

늦가을

왜 비까지 추적거리고 내리는지 모른다.

늦가을


땅에 누운 은행잎이 

하늘을 올려 본다


이미 멀어진 하늘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꾹꾹 밟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 실을 기운조차 없다   

  

흐르는 빗물이

옷을 벗기면


발끝부터 움츠러드는

탈색되어 비루한 몸뚱이만이

행인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낭만 따위는 빗물에 씻겨

흘러간 지 오래다  

   

그저

비가 그치기만,


그래서 

더 이상 초라한 모습을 

감출 수 있기만을

기다려 본다   

  

늦가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빗방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