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일상의 행복을 노래하는 그녀의 이야기
유영숙(필명, 유미래) 작가님의 두 번째 출간작인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가 내 손에 들어왔다. 작가님과는 브런치에서의 교분도 두터운(나만의 생각은 아니길. ㅎㅎ) 데다가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창작하시는 모습이 나에게도 귀감이 되었는지라, 작가님의 글을 모니터가 아닌 종이책으로 읽고 간직할 수 있게 되어서 한결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218page의 결코 얇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워낙 流麗한 문체의 글로 쓰인 터라 거짓말 안 보태고 술술 읽혔다.
“평범한 일상에서 매일 특별하게 행복한 일이 없어도 행복하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그리고 표지의 세 잎 클로버 그림에서 작가의 <행복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도 행복 하나. 행복 둘. 행복 셋. 행복 넷이다.
행복 하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이다. 행복 둘은 소소한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이며, 행복 셋은 소박한 나들이로 행복한 일상이고, 마지막 행복 넷은 음식을 나누는 행복한 일상이다. 이렇게만 보면 작가의 일상은 행복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님 내외는 가족 중에 특별히 손자와의 교감이 두텁다. 물론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글을 읽다 보면 작가님 내외분의 손자 사랑은 정말 유별날(결코 나쁜 뜻은 아니다.) 정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중에 그런 귀한 손자를 낳아 준 며느리에 대한 칭찬과 애정(딸은 없지만, 며느리가 두 명이나 있어서 참 좋다. 22쪽)은 빠트리지 않는다. 오늘 아울렛에 온 목적은 두 며느리에게 버버리코트를 사 주는 거다. (55쪽) 결국 그날은 실패했지만, 며느리들이 각각 가방과 코트를 산 인증샷을 보내면서 훈훈한 쇼핑을 마무리 짓는다. 작가님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느껴 본 하루였다.
“일주일 후에 장화가 도착했다. 택배 상자를 열고 꺼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예뻤다. 너무 길지도 않았고 착용감도 좋았다. 비 오는 날 원피스 입고 장화 신고 출근할 생각에 요즘 비 오기를 기다린다. 집중 호우처럼 많이 내리지 말고 하루만 잠깐 내렸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남편이 주문해 준 장화를 반품해서 미안했는데 남편도 다시 주문한 장화가 예쁘다고 했다. 반품하고 다시 사길 잘했다.” 비 오는 날 신발이 젖을까 봐 장화를 주문해 주는 남편과 남편이 사 준 장화를 신고 출근할 생각에 들떠있는 아내의 모습을 아주 정겹게 그리고 있다.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너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렇게 군데군데 남편 자랑도 과감하게 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모습이 행복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소소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들에서는 말 그대로 소소한 행복을 그리고 있다. “결혼 40주년을 맞이하여 남편이 커플링을 맞추자고 했다. 나이 들어서 커플링이라니 그냥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게 소원이라고 했다.” (63쪽) 이런 낭만적인 남편이 있을까? 물론 나는 빼놓고 말이다. 작가는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50주년을 향해 다시 걸어가는 서로를 배려하며 한 곳을 바라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시누이가 보내주는 구룡포 과메기를 받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가족이, 형제가 서로를 생각하며 위해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내를 위해서 직접 요리를 하는 서 세프 (작가님 남편의 성이 ‘서’ 씨이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작가님에게는 행복이다. 그냥 일상이 모두 행복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특별히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작가님에게는 가족 이외에 일생에 거쳐 함께 한 친구와 교사 시절 동료들이 계신다. 함께 여행도 다니고 가까운 곳을 산책하기도 한다. 사십 년을 훌쩍 넘긴 ‘오 공주’ 친구와 모교인 서울교대 동문, 선후배들과의 여행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작가님에게는 행복이다. 나도 종종 즐기는 것이지만 작가님도 대형 베이커리 카페 나들이를 즐긴다.
친구들과의 외출과 여행도 그렇고, 손자들과의 건강 백 년 길 산책, 재직 시절 동료와의 해외여행, 전통시장 나들이의 즐거움 등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하루하루도 작가님의 마음에는 특별한 하루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도 특별하지 않지만, 나에겐 특별한 하루로 기억되리라.” (139쪽)
“은퇴 후 좋은 만남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모두 건강해서 우리 만남이 오래 유지되길 바란다.” (153쪽)
작가님에게는 매일매일이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읽는 사람에게까지 행복이 전염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챕터는 “유(영숙) 세프의 요리 레시피”이다. 요리를 하고 싶을 때, 유(영숙) 세프는 유(튜브) 세프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완성해서 요리한 후에 깨끗하게 정서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부창부수라고 부부가 모두 요리하는 것에 진심이다 보니, 항상 집안에는 계절별로 산뜻하고 상큼한 요리가 줄을 잇는다. 물론 며느리(아들 집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들보다는 며느리를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사실 요리는 해서 먹는 재미도 있지만, 작가님에게는 요리해서 나누어주는 재미도 먹는 재미 못지않은 행복이다.
우리 세대가 어릴 때 많이 먹었던 콩자반이나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 즐기는 오이피클이 세대를 아우르며 함께 레시피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 손자를 위한 특식인 볶음밥과 주먹밥 레시피도 공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에세이집과 같은 산문집에 느닷없이 요리 레시피가 한자리를 차지하는 책의 구성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평소 작가의 집필 활동을 지켜보았던 독자라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소소한 바람처럼 언급한 평범한 일상 속의 행복이 언제까지라도 작가님과 작가님 가족에게 항상 같이하기를 기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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