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기온은 점점 높아만 가고 오십 년 넘게 부려 먹은 두피가 이제는 반격을 준비 중인지 아예 눈치도 안 보고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뱉어내고 있다 두피에 좋다는 영양제를 아무리 발라줘 봐야 소용없다 머리카락이 줄어들면 자기에게도 좋을 일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서늘하다길래 무리해서 머리카락을 심어주어 보기도 했지만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며칠 견디지도 못하고 다시 뱉어내 버린다 아무래도 본래의 머리카락이 아닌 것을 귀신처럼 알아낸 모양이다 그러기에 애꿎은 머리카락은 왜 그렇게 죄다 뱉어냈는지 이제 와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긴 하나 무작정 두피 탓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속이 찔린다 이제는 머리카락을 심지도 못하고 모자를 써서 감추는 것도 두피가 갑갑하다 투정하니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뺀질 뺀질 한 두피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긴 머리 휘날리며 머릿결 자랑할 시간에 진즉 보듬어 주었더라면 이렇게 막막하지 않았을 것을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라
요즘 이어서 올리는 세 편의 시는 모두 기후환경과 관련한 작품이다. 지금처럼 기후 환경 변화에 신경쓰지 않다가는 지구도 아마 완전 탈모가 된 대머리처럼 황량한 지표면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