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기다리는 허름한 주택의 지와지붕이 눈길을 붙잡는다.
빛바랜 주름골 사이로
검붉게 퇴색한 시간이 자리 잡았고
환하던 얼굴 대신 긴 세월
시달려 온 일그러진 초로初老의
초라한 얼굴만 남겨 놓았다
세찬 비 몰아칠 때면
묵묵히 고개 숙인 뺨 위를 흐르던
새하얀 눈물 뚝뚝 떨구며
파여 가는 발끝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거센 바람결이 남긴 세월 자국은
떠난 사람 못 잊어 그리워하는
여인의 얼굴에 남은 안타까움인 양
점점 깊은 가슴속을
파고들며 미련을 꾹꾹 눌러 삭힌다
곁에서 지켜보던 말 없는 손길만
안쓰러운 듯 얼굴을 쓰다듬는다
이제 기다림을
포기할 때도 되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