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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Aug 18. 2024

기와지붕

재개발을 기다리는 허름한 주택의 지와지붕이 눈길을 붙잡는다.

기와지붕



빛바랜 주름골 사이로

검붉게 퇴색한 시간이 자리 잡았고

환하던 얼굴 대신 긴 세월 

시달려 온 일그러진 초로初老의 

초라한 얼굴만 남겨 놓았다  

   

세찬 비 몰아칠 때면

묵묵히 고개 숙인 뺨 위를 흐르던

새하얀 눈물 뚝뚝 떨구며

파여 가는 발끝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거센 바람결이 남긴 세월 자국은

떠난 사람 못 잊어 그리워하는

여인의 얼굴에 남은 안타까움인 양

점점 깊은 가슴속을

파고들며 미련을 꾹꾹 눌러 삭힌다   

  

곁에서 지켜보던 말 없는 손길만

안쓰러운 듯 얼굴을 쓰다듬는다


이제 기다림을 

포기할 때도 되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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