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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Aug 20. 2024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글 쓰는 법

때론 힘들고 지치더라도 꾸준히 써 보자.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글을 쓰는 법이라니 말이 좀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니 그냥 써보기로 하겠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글이 잘 써질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글이 전혀 써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글감을 제대로 발굴했다손 치더라도 글이 매끄럽게 써지지 않을 때도 있다. 비단 이런 현상은 어느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반 작가에게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면 보통은 잠시 글을 멈추고 다른 일로 신경을 돌렸다가 나중에 다시 키보드 앞에 앉으면 글이 써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써지지도 않는 모니터만 바라보며 미련하게 끙끙 앓기만 하는 때도 있다. 물론 나도 경험했다. 하지만 이럴 때 좀 더 효율적으로 글 쓰는 습관을 기르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서두가 너무 거창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수학의 정석 책을 달달 욀 정도로 열심히 푸는 연습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수학 공부에 비겨서 무조건 쓰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제 내가 겪은 방법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런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결론은 간단하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방법이다. 방법치고는 너무 싱겁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어폐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맞다. 가뜩이나 글이 안 써져서 고민인 사람에게 공모전에 응모하라니. 누구 가슴에 염장을 지르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자. 공모전에 응모하는 습관이 어떻게 글 쓰는 필력을 높이는 것인지 설명하겠다.  

    

중요한 것은 공모전에 응모한다고 해서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버리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대다수 작가 지망생의 필력으로는 수년을 써보아도 제대로 된 공모전에 당선되지 못한다. 제대로 된 공모전은 일반적으로 지명도 있는 신춘문예나, 메이저급 출판사의 공모전, 혹은 전국 단위 지자체 주관 공모전 이외에 각종 작고 작가의 유지를 이어가는 문학상 등을 말한다. 물론 이런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긴 하다. 그 외의 다양한 문예지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은 제외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공모전에 응모해서 당선되기란 병아리 문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러면 왜 그런 공모전에 응모하라고 하는가? 뻔히 낙선할 것을 알면서 왜 응모하라고 하는가?  

   

공모전을 목표로 글을 쓰면 우선 당장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을 다듬는 연습도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낙선된 글이라도 자기만의 글로 완성해서 계속 쌓아갈 수 있다. 그냥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효율적이다. 나도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단번에 당선된 공모전은 등단 장사꾼이나, 서적 강매꾼이나, 그렇지 않으면 고료도 주지 않고 문예지에 실을 작품을 구걸하는 문예지 발행자가 주관한 공모전 뿐이었다. 그렇지만 꾸준히 응모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한 편 한 편 글을 완성해서 모아 왔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가장 최선의 목적은 당선이지만, 글을 쓰는 연습 하는데 공모전을 과정적인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가 다행스럽게 공모전을 주관하는 측에서 원하는 작품 기조와 맞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언감생심 당선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하므로 그저 꾸준히 글을 쓰고 응모하고, 낙선작을 다듬고, 재활용하고, 그러는 과정을 겪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 창고에는 글이 쌓이게 된다. 나 역시 그렇게 2년 동안 쓴 글(물론 글의 질적 수준은 차치하고라도)을 모아서 지금까지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오늘 현재까지 장편소설 2권을 포함하여, 약 4권 정도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의 글이 내 컴퓨터에 곱게 보관되어 있다. 물론 대단한 글은 아닐지라도 나의 글쓰기 여정을 고스란히 되돌아볼 수 있는 흔적 정도의 가치로는 충분한 글들이다. 아울러서 나의 책장도 장식해 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단언컨대 없다. 아무리 천재적인 작가가 쓴 글이라도 첫 글은 뭔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천재는 사람들이 알아주기까지의 기간이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그 작가의 글을 인정해 주는 덕분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작가는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작가적 명성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꾸준히 글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훈련하기에는 공모전 응모가 제격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공모전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는 많은 작가가 알다시피 ‘엽서시 문학 공모전’이라는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곳에는 일 년 내내 실시되는 공모전 정보가 제공된다. 또 연결 사이트를 넘나들다 보면 각 공모전의 기존 수상작들을 읽어볼 수도 있다. 이래저래 글 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이트인 것만은 확실하다.

    

공모전 도전 프로젝트를 시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처음이 이야기했듯이 좀 정상적인 공모전을 선별하는 눈을 키우는 것이 좋다. 어느 공모전에서 탈락한 원고가 다른 공모전에서 당선될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자신 없는 자세로 응모하지 않았으면 한다. 설혹 조금 모자란 공모전에 당선되었는데 수상 조건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금전 요구, 단체가입 요구, 무리한 오프라인 활동 요구, 서적 강매 등)를 한다면 수상을 포기하면 된다. 실제로 나도 몇 차례 수상을 거절한 적이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처럼 순문학을 추구하는 작가일 경우 브런치에 말도 안 되는 시나 소설이라도 계속 올리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초고인 셈 치고, 수정하고 탈고해서 공모전에 응모할 기회가 오면 그냥 브런치 글은 잠시 발행취소를 해서 숨겨 놓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글을 아낄 필요는 없다. 아껴봐야 똥이 된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꼭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체에 자신의 글이 노출되고, 여러 사람의 입에 자신의 필명이 오르내린다면 그것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꼭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지금까지 글태기도 겪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브런치 활동도 소홀했지만, 이제 서서히 글을 다시 막무가내로 발행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공부도 그렇긴 하지만 글이 안 써지다 보니 별 글을 다 발행한다. 하지만 이런 자잘한 글을 쓰는 것조차도 손가락이 키보드와 좀 더 친숙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글을 올린다. 혹시라도 글이 안 써지는 사람은 공모전에 도전해 보자. 솔직히 낙선한다고 해서 창피한 일도 아니고, 세상 살면서 그 심사위원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도 없을 것이고, 게다가 혹시라도 작품에 대한 악평이 돈다 해도 어차피 노이즈마케팅인 셈 치고 덕분에 이름이라도 알렸다는 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만이다. 그러니 좀 더 많은 작가님이 나와 함께 공모전 응모 대열에 함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당선된 작가님은 여기 브런치에 꼭 자랑질 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드릴 것이다.  

   

글 쓰는 모든 작가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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