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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Aug 30. 2024

나는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여자의 이름은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는다


아가씨로 불리던 시절부터

결혼하고 나면

아무개 엄마

오백 삼호 아줌마

피아노 선생님

반찬가게 아줌마

미용실 원장님

아파트 반장 아줌마

동 대표 아줌마

이 선생님에

잘나 봐야 교수님 정도

집에서는 엄마 어머니 할머니에

그러다가 수틀리면 이 여편네

세월이 흐르면 할망구     


여자에게도 이름이 있지만

공적 서류 한 칸을 장식하는

불리는 용도보다

적히는 용도로 사용되는

여자의 액세서리다


부르라고 지은 이름은

불리지도 못하고

죽어서까지

顯妣孺人全州李氏이다   

  

그런 꼴이 보기 싫어 나는

그래서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살아생전에 

실컷 불러 준다





이미지는 Pinterest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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