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의 격일로 소설을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하고 있다. 작가 님들도 아시다시피 <라이터 Lighter>와 <남과 여> 두 편이다. 그리고 뭐 다른 일상 이야기 같은 글이 한두 개 발행됐지만, 어쨌든 지금은 소설 두 편이 주 발행작이다. 한동안 브런치 활동을 뜸하게 하다가 요즘에 부쩍 글을 발행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원래 2022년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정말 물불 가리지 않고, 잘 쓴 글이건 엉터리 글이건 가리지 않고 찍어댔다. 2022년 3월부터 글을 썼으니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내가 글을 안 써서 그렇지, 쓰기만 한다면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자신감의 껍데기를 쓴 자만심이 하늘을 찌을 때였다. 그렇게 1년 만에 거의 500편 정도의 글(시, 수필, 일상 잡문, 단편소설, 엽편소설, 장편소설)을 가리지 않고 발행했다. 아침이면 용달차를 끌고 나가기 전에 시를 한 편씩 올리고 나갔다. 쉬는 날이면 소설을 썼다. 겁 없이 한 달 만에 장편도 써 보았고, 단편과 엽편은 경력 기간이 무색하게 마구 써재꼈다. 그리곤 1년 후에 번아웃이 왔다. 머릿속은 새하얗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나서 조용히 되돌아보니 과연 내 글을 제대로 읽어주는 사람이 몇 안 될까? 하는 초보 브런치 작가 공통의 고민에 빠졌다. 사방팔방 남발하던 공모전 응모작도 죄다 제 밥값을 못하던 때였으므로, 내 글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육 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올린 글을 거의 깡그리 지웠다. 그랬는데도 독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잠시 좌절감을 가졌다. 그리고 한동안 브런치를 홀대했다. 누구는 출간 제의도 온다는데, 나는 내 필력은 제대로 생각지도 않으면서, 왜 나한테만 출간제의가 안 오냐고 실망도 많이 했다. 한마디로 주제파악이 안 되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결심을 했다. 글이야 뭐 어떻게 쓰더라도 나름 생명력과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일단 출간하자. 돈도 없고, 사줄 사람도 없으니 일단 pod로 출판하자. 그 시기가 2023년 12월이었다.
그렇게 해서 브런치 글을 다 정리하고 처음 출간한 책이 엽편소설집 <초여름의 기억>이다. 그리고 곧이어 단편소설을 묶어서 <섬>이라는 소설집을 엮었고, 계속해서 시집과 에세이집 등 총 6권을 인쇄해서 책꽂이에 올려놓으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건방지게 공모전 응모 예정작이니 브런치에 발표하지 말고 감추어 놓자라든지 하는 생각을 깡그리 접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라이터 Lighter>이다. 공모전 응모 규격에 맞추어 원고지 800매에 길이를 맞췄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이 <남과 여>이다. 이 소설은 원래 Part 1이 단편소설집 <섬>에 수록된 작품이다. 소설을 마무리할 때, 열린 결말을 택한 작품이었는지라, 그 소설을 읽은 일부 작가님들께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시는 바람에 지금 이어서 쓰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정해진 줄거리는 없었고, 첫 편에 이어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중점으로 전개할 생각으로 꾸며대고 있다. 그러니 <라이터 Lighter>는 완결작이고, <남과 여> 미완작이다. 물론 미완작이라 하더라도 최후로는 원고지 500매 이상의 경장편 분량은 맞출 생각이다. 아마 3편 정도의 에피소드를 추가로 엮으면 목적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9월 말 연재가 끝나면 지금 매거진 형식을 브런치북 형식으로 바꾸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생각이다. 다행스럽게 이번에는 소설 부문이 따로 응모를 받으므로 아마도 경쟁률은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나에게까지 기회가 올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서 선정에 탈락하면, 그때는 다시 종이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혹시라도 출간하자고 제안하는 출판사가 있다면야 좋겠지만, 출간 프로젝트에서도 낙방할 수준의 작품을 출간해 주겠다고 할 출판사는 없을 것이므로, 또다시 POD 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이후로도 계속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브런치를 지키기로 했다. 이제 먼 길을 걸어온 기분이다. 이달 말을 기점으로 생각건대 나의 창작활동도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든지, 지금처럼 열심히 써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주고 격려해주어 지금의 내가 있게 도와준 모든 작가 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