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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종사자격의 유지를 위한 운전적성정밀검사

by 정이흔

차량 운전을 業(사람이든, 화물이든 유상 운송 행위를 하는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그 직을 시작하기 전에 운전면허증과는 별도로 자격증명을 취득해야 한다. 택시 기사는 택시운전자격증, 버스 기사는 버스운전자격증, 그리고 나와 같은 화물차 기사는 화물운송종사자격증이 있어야 유상 운송 행위(이른바 영업용 차량 운전)를 할 수 있다. 물론 그 자격증에는 자격취득일만 있고 유효기간은 없어서 한 번 취득하면 평생 운전을 업으로 할 수 있다.


나는 지금은 화물차를 운전하지만, 원래 나이가 들면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싶어서 위의 세 가지 자격을 모두 취득해 두었다. 개인택시면허를 양수하기 위해서는 3년 동안의 영업용 차량(버스, 화물차, 법인 택시) 운전 경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일을 하루 쉬고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검사를 받으러 다녀왔다.

어제 한창 배달을 하는 도중에 문자를 받았다. 요지는 면허증 갱신 시에 받는 적성검사와는 다른 영업용 차량의 운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적성정밀검사라는 것을 받아야 하므로, 얼른 예약하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요즘 나이가 많은 운전자들에 의해 예기치 않은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것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니 나의 자격증명 유효기간이 5월 2일이라는 거다. 그 안에 정밀검사를 받아서 자격을 유지해야만 계속 용달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5월 2일이라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촉박하게 안내해 주는 법이 어디 있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부랴부랴 예약 일자를 잡는데 아무리 빠른 일자라고 해도 5월 14일 이후에라야 가능하다는 거다. 문제는 약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자격유지검사를 받지 못하면 용달차를 몰고 나갈 수 없다고 하니,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예약일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간에 갑자기 콜센터 상담원이 지금 막 예약자 현황에서 한 사람이 예약을 취소한 덕에 오늘 오후 시간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이거 저거 생각할 틈도 없이 무조건 예약해 달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알림톡으로 보내온 검사방법안내 동영상을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처음 용달을 시작할 때 한번 유사한 검사를 받은 기억이 났다. 이 검사는 만 65세 이상 70세까지는 3년에 한 번, 그리고 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적합 판정이 나면 14일 이후에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동안은 영업용 차량을 운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1달의 절반을 그냥 날리는 셈인데, 그동안 다른 수입이 없는 운전자는 정말 난처할 것 같았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인 점에는 수긍하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차량을 운전하는 시간이야 영업용 차량의 운전자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비영업용 운전자는 사고를 내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가끔 접하는 노령 운전자의 사고 소식을 보면, 그 사람들이 전부 영업용 차량 운전자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비 영업용 차량의 운전자가 더 사고 위험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좋은 제도가 있다면, 영업용 운전자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일반 운전면허 소지자 모두에게 적용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건 약간 비꼬는 말투임을 알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검사를 받고 나서 나오면서 적합 판정이 적힌 종합판정표를 받아 보니, 처음에 내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등급이 높게 나왔다. 솔직히 7개로 이루어진 검사 항목 중에서 내가 느끼기에도 감점 처리가 될 것 같은 항목이 있었는데, 그래도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왔다. 생각해 보니 이번 검사로 앞으로 3년 동안은 나의 용달 인생에 걸리적거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번 더 받으면, 그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매년 받아야 한다. 일종의 자격 갱신이랄까? 처음 이 직종을 선택했을 때는 정년도 없고 내가 원할 때까지는 언제까지라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격 유지 조건이 이렇다면 그것조차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중에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은근히 서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 하루는 깨끗이 공친 날이 되었다. 내일은 근로자의 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쉬지 않는 곳이 많은지라 그냥 일하러 나가려고 하는 참인데, 그나마 아침에 임플란트 일정 때문에 치과에 들러야 한다. 이래저래 일당을 까먹는 날이 5월에는 많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브런치에도 많은 운전자 여러분의 안전운전을 기원하면서 한 번 써 보았다. 세상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일을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운전을 꼽겠다. 매년 지출하는 종합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고 한 번 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설마 보험료가 아까워서 낸 돈 찾아 먹기 위하여 사고를 내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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