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한 화물차를 운행하다가 주소가 변경(다른 시, 도 지역으로 이사)되면 은근히 할 일이 많다. 요즘 자동차 번호판 체계가 지역명을 넣지 않는 것에 반해 영업용 번호판에는 지역명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용달 기사는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개인사업자이므로 당연히 사업자등록증 상의 주사무소 주소지도 변경해야 하고, 사업자등록증 이외에도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허가증의 주소(주사무소)도 변경해야 하며, 변경된 번호판으로 교체한 후 해당 지역별 용달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회사에도 차량번호가 바뀐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이사하고 나서도 이사 전의 번호판을 부착한 채로 운행하면 안 된다. 이런 이전 절차를 주소가 변경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시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확인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직접 처리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이유는 직접 처리하려니 번거롭기도 하고 바쁜 세상에 시간도 없고 그래서 대부분 전문 업자에게 대행을 의뢰한다. 영업용 번호판을 사고파는 것을 중개하는 업자가 이런 주소지와 번호판 변경 건을 대행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 실제 필요한 비용(번호판 대금, 신청 수수료 등)과는 별도로 대행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나는 지난 1월 용달업을 시작하면서 영업용 번호판을 사서 내 차에 달아준 업자에게 어쩌면 가을에 주소를 경기도로 옮길 수도 있으니, 그때에도 당신이 번호판을 이전해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둔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내 번호가 그분의 전화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이모저모 해서 번호판을 이전해야 하니 시간이 될 때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넣었다. 하지만 문자 옆에 ‘1’ 자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문자를 읽었음에도 이렇다 할 회신이 없었다.
나는 내가 직접 이전하기로 하고 우선 내가 속한 용달협회에 전화를 걸었는데, 내 이야기를 듣더니 직원이 그런 내용이면 일단 구청의 교통행정과에 문의하면 절차를 잘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요즘 공무원들이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정말 친절했다. 준비할 서류를 문자로 안내하면서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굳이 대행 업자를 통할 필요 없이 내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필요한 서류를 챙겨 구청으로 향했다. 그런 업무에 관한 지식도 챙길 겸, 업자에게 지급할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내가 직접 주소를 이전하고 번호판을 교체하게 되었는데, 지금부터 그 절차를 설명하겠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운전자가 있다면 아마도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주소를 이전하기 전 원래의 주소지 구청 교통행정과를 찾는다. 이때 준비할 서류는 다음과 같다.
1-1. 화물자동차운송사업변경허가신청서 (이 서류는 구청에 구비되어 있다.)
1-2.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 원본
1-3. 자동차 등록증 원본 (복사하고 원본은 돌려준다.)
1-4. 화물운송종사자격증 (이것도 복사하고 자격증은 돌려준다.)
1-5. 주민등록등본 (전입 일자가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6. 위임장 (위임의 경우 대리인, 위임자 신분증 제시, 나는 직접 했으므로
이 서류는 필요 없었다.)
위의 서류를 준비하여 교통행정과를 찾으면 담당자가 서류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하고 위 1-1. 번의 서류를 내준다. 그러면 그 서류를 안내에 따라 작성한다. 담당자가 확인한 서류를 들고 민원봉사실의 지정 창구로 가서 접수한다. 이때 수수료(5천 원)를 납부해야 한다.
나 같은 민원인이 기존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행정관서에 가서 할 일은 이제 끝이며, 내가 접수한 서류는 다시 교통행정과로 올라가서 주소를 이전할 시, 도의 교통행정과(시, 도에 따라 담당 부서명이 다를 수도 있다.)에 공문으로 전송된다. 그러므로 신청서를 접수한 나는 그냥 이전할 곳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며칠을 기다리니 이전할 곳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연락을 받자마자 다음날 즉시 방문했다. 지금부터는 각 시, 도별 관청의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다. 내가 설명하는 내용은 시흥시청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4. 아침에 시청을 찾았다. 시흥시는 교통행정과가 아니라 대중교통과였다. 그곳에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을 교부받아 근처에 있는 차량등록사업소로 갔다. 혹시 몰라서 대중교통과에서 차량등록사업소로 발송한 공문 사본을 한 부 받아서 가지고 갔다.
5.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에게 문의하니 기존의 번호판을 떼어서 차량등록신청서와 함께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가, 창구에 신청하라고 한다. 나는 어제 인터넷 동영상으로 후면 번호판 봉인을 뜯는 방법을 미리 익혀 두었던 터라 간단하게 앞, 뒤 번호판을 떼어낼 수 있었다. 혹시 직접 번호판을 교체할 사람은 그냥 간단하게 동영상을 한 번 보고 따라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6. 일단 창구에서 서류를 한참 만지작거리면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열심히 작업하는 것 같더니 이윽고 변경할 번호를 하나 추출했다. (자가용 자동차의 번호는 보통 민원인도 볼 수 있는 모니터에 10개 정도의 번호를 띄워 주면서 그중에 고르라고 한다고 했는데, 영업용 번호는 아마 사업소에서 임의로 지정하는 것 같았다.)
7. 그 후 등록세 고지서를 발부하는 창구에서 고지서를 받아 사업소 안에 있는 은행 창구에서 납부한다. (시흥시는 15,000원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 신청한 창구로 가면, 그제야 비로소 새로운 차량등록증과 번호판 제작소에 제출할 서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의 비용은 신청 수수료 1,300원이 전부였다.
8. 시흥시는 민원실을 나오면 바로 옆에 번호판 제작소가 있어서 한 번에 일을 처리하기 편했다. 번호판 제작소에 제작을 의뢰하면서 제작비용 11,000원과 새 봉인 값 1,000원까지 합하여 12,000원을 지급하고 20분 정도 기다린 후, 새로운 번호판과 봉인을 받아 차를 주차한 곳으로 갔다. 결국 지금까지 들인 비용은 15,000원 + 1,300원 + 12,000원 = 28,300원이었다. 이 금액은 업자에게 대행을 의뢰해도 같은 금액이었을 것이며 그 금액에 업자에게 주는 대행 수수료까지 지급했어야 할 것이지만, 나는 간단한 행정 절차와 번호판 교체 작업을 직접 함으로써 대행 수수료는 절약할 수 있었다. 번호판을 교체하느라 일을 하지 못한 일당을 수수료로 보충한 셈이다.
9. 그렇게 번호판을 서울 번호에서 경기 번호로 교체했지만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음은 관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 상의 주사무소 주소를 변경해야 한다. 이 일은 즉석에서 끝나므로 복잡한 일은 없다. 그냥 신청서와 기존 사업자등록증, 그리고 새로 시흥시에서 발급받은 화물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만 제출하면 그 자리에서 주소가 정정된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아직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10. 집으로 돌아와서 기존에 가입했던 용달협회 서울지회의 지부에 주소 이전으로 인해 서울 번호에서 경기 번호로 교체하였음을 통지한 후, 새로 용달협회 경기지회 취업 등록 절차를 문의했다. 절차는 간단했지만 내가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하길래 내일 방문하기로 했다. 취업 등록 서류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아마 다른 지부에도 거의 공통일 것이다.
10-1. 화물운송종사자격증
10-2. 운전면허증
10-3. 자동차등록증
10-4. 반명함 또는 증명사진 2장
10-5. 등록비 (이것은 아마 지회마다 다른 것 같았고, 카드 수납도 가능하다)
11. 화물 자동차는 화물복지 카드를 사용하여 주유해야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카드는 카드사에서 임의로 발급해 주는 것이 아니고, 화물 자동차 등록 소재지 행정 관청의 담당 부서에서 확인해 주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카드마다 차량번호와 유종이 명시된다) 일단 카드사에 발급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는 사업자등록증과 자동차등록증이다. 그렇게 신청이 완료되면 이제 카드가 발급되어 배송된다는 연락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시간이 너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카드사에서 내가 요청한 업무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으면, 다음날 관할 관청의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조금만 빨리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만일 카드 신규 발급이 늦어져서 그사이에라도 주유해야 할 경우, 주유한 후 영수증을 꼭 챙겨 두었다가 나중에 유가보조금을 별도로 신청해서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12. 마지막으로 홈택스에 등록된 사업자 정보 중에서 사업자의 주소를 수정하고, 새로 발급받은 화물복지 카드 번호를 등록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나는 이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화물복지 카드 배송을 기다리는 중인데, 아마 별일 없으면 다음 주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글은 길게 썼지만, 실제 업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더군다나 담당 공무원들도 친절해서 안내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간단하게 일을 끝낼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도 지레짐작에 직접 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직접 해 보면 어지간한 전문 지식을 요하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누구든 혼자 힘으로 다 처리할 수 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런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직접 처리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런 일은 몰라서 못 한 거였지, 처리할 전문 지식이나 다른 능력이 없어서 못 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