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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Mar 15. 2018

아직도 어두운 밤 #나도 #Me Too

멈추지 말고 미투!



어둠이 내려앉은 밤, 전기가 끊겨 사방이 칠흑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어둠을 밝힐 손전등 하나 없이 암흑에 갇혀 버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이런 상황에 놓인다 해도 바로 이틈이다 하며 남의 집 담을 넘진 않을 것이다. 또한 한 공간의 누군가에게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지도, 상대의 지갑을 털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양심을 지키는 보통의 사람과 사이코 패스와 같은 인간은 어디에선가 나뉘기 마련이다. 

꺼진 불과 동시에 양심을 팔아먹는 부류가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남에게 들키지 않고 처벌을 피할 수만 있다면 괜찮겠거니 하고 벌이는 것이 대부분의 범죄인 것처럼, 들키지 않을 알맞은 조건과 뻔뻔한 행동력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범죄는 발생한다.   

  


중학교 1학년 등교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누군가 몸을 밀착하고 엉덩이를 더듬었다. 나는 생전 처음 당한 일에 온 몸이 굳었고, 간신히  고개를 돌려 그 뻔뻔스러운 나쁜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내가 얼굴을 쳐다보아도 그  아저씨는 아랑곳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뻗친 손을 거두지 않았다. 다음 정거장에서 뛰어내린 나는 혹시나 그 사람이 뒤쫓아 오지 않는지 방망이질 치는 가슴으로 학교로 내 달렸을 뿐이다. 


20대까지  용기를 내어 직접  추행범을 경찰에 현행범으로 신고해도 술에 취해 그런 것이라며  너그러이(?) 놓아주던 때가 있었으니...

이후로 나는 뒤에서 들리는 구둣발 소리 하나에, 앞에서 걸어오는 남자의 표정 하나에 긴장하게 되었고, 아무리 경계해도 드문드문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그런 추행에는 그저 놀라고, 겁나고  무기력하기만 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한 번도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알려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교육도 지침도 받지 못했던 것이 더 큰 문제임을 지금에 돌이켜 보게 된다.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부장님은 뜬금없이 손목을 잡고, 어떤 상사는 은연중에 쓰리섬을 즐긴다는 뜻 모를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흘린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회사 내의 황당한 성추행담은 다 얼마나 믿기지 않는 것들뿐인지... 점잖기만 하던 부장님이 둘이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추행한다면 ‘어머! 왜 이러세요!’ 하고 매몰차게 쏘아붙인 후 확 밀어버리고 나와야 하는데, 어이가 없어 그냥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애써 그 부장님을 피해 다녔을 뿐 일개 한 사원이 사표 쓸 각오 없이 감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주변의 일들이 옛날이야기처럼 모두 잊힌 채 기억 어딘가를 떠돌다 이제야  머릿속에 모이니 머리가 빙글빙글 아찔해질 지경이다.     


이제야 외치는 미투는 왜 이리 늦어진 걸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말도 꺼내기 부끄럽고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런 크고 작은 범죄에 노출된 경험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산다. 하지만 그 심각성은 너무도 깊고 넓게 퍼져 있어 ‘미투’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더 찾기 어려우리라 짐작해 본다.

‘생각보다 많은 범죄자들이 양심 없이 활개 치며,  세상을 휘젓고 다닌 것이다.’


그들이 선량한 양심을 지키고 산 일반적 남성 모두에게 모욕감을 주고 그들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했음을 생각하면, 그 피해는 다만 여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가정, 학교, 군대, 직장 안에서의 폭력과 약자에 대한 범죄가 이만하면 근절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지만  세상 곳곳 아직도 어두운 그늘이  많이 남았음을 절실히 느낀다. 그 어두움을 밝힐 등도 부족하고 목소리 내서 우는 것조차도 미약했음을 이제야 힘들게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물리적 힘이 없어서, 낮은 지위 아래 있어서, 보복이 무서워 갖가지 이유로 당할 때와 다름없이 무기력했던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두려워서 숨겨야 했던 범죄를 밝히자는데 거기에 당당한 자 누구도 반대하는 이가 없다. 새로운 세상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자가 바로 어둠 속 범인들이 분명하다.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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