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사랑의 대화

목욕은 사랑의 대화 1

by 정루시아


남편이 공중 보건의(28살), 내가 석사 2년 차(29살) 때 결혼했다. 소꿉장난 같은 신혼의 어느 날, 영롱한 구슬 일곱 개가 둥실 하늘 높이 떠올랐고, 구슬 두 개가 바람과 함께 가슴속에 들어와 속삭였다. '산속 아이를 찾으라고'. 산속을 헤매 찾은 암자엔 햇살같은 다섯살 정도의 아이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손을 잡고 겁도 없이 암자를 나왔다. 작은 손의 따스한 온기와 안도감으로 꿈을 깬 난 새로운 가족이 생겼음을 알았다.


딸의 배꼽이 떨어지고 목을 제법 가누기 시작한 후 남편과 나는 좁은 욕조에 쪼그려 앉아 번갈아 딸을 안고 목욕했다. 둘 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조심스럽고 낯설어 우린 몸과 손이 당황스러웠다. 그런 당황과 낯 섬은 셋이 함께 목욕을 하며 때가 벗겨지듯 물과 함께 씻겨 나간 듯하다.


딸은 물속에 들어가면 날듯 바둥거렸다. 손으로 살포시 등을 대주면 손과 발을 사방으로 허우적대며 목욕 친구인 노란 오리 장난감과 출렁였다. 몸통을 누르면 '삑삑'소리를 내던 오리 친구가 어떻게 우리 집에 왔는지 확실치 않다. 누군가 딸의 탄생을 '축하'하며 사온 장난감 중 하나인 듯한데, 그 노란 오리는 딸을 거쳐 아들까지 10년을 목욕탕에 머물렀다. 주황색 주둥이, 노랑 몸통, 까만 눈동자인 주먹만 한 오리는 물 위에서 살아 움직였다. 딸은 언제나 오리를 잡아 소리를 내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오리는 연약한 딸의 악력을 물리치고 물 위를 당당히 노닐었고, 나는 꾀 많은 오리를 눌러 친구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했다.


노란 오리의 삑삑 소리! 그 소리는 마법처럼 딸을 빛나게 했다. 까만 머리카락과 통통한 연분홍 볼, 반짝이는 별 같은 짙고 깊은 눈동자, 방실방실 웃으며 양손으로 물을 튀기며 노란 오리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딸! 작은 욕실은 오리와 딸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때 우린 자궁 같은 욕조에서 물의 탯줄로 묶인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지금까지 남편과 나는 목욕을 함께 한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집이 바뀌고, 직장이 바뀌고, 몸과 생각이 바뀌었어도 신혼부터 목욕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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