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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빵?

잘 모르는 제빵의 세계

by 정루시아

2월경, 유튜브에서 빵 만드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남편이 물었다.

“웬 빵?”


“그냥 심심해서 보는데 재밌네…”


밀가루를 사러 간다니 남편이 싱글벙글이다.
드디어 와이프가 빵을 만들려고 하다니!
솜씨를 떠나 맛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남편은
이런저런 도구를 함께 사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ㅎㅎㅎ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은 언제나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인내의 대상자는 단연코 남편이다.

실실 웃으며 나를 따라와 밀가루며 이스트, 우유, 견과류를 사는 남편이
나는 재미있었다.


어디서도 배우지 않았던 제빵이 쉬울 리 없다.

딱 세 번, 먹기 힘든 빵을 남편은 이를 앙다물고 먹었다.

조그맣게만 만들었더라면 그 힘듦이 크지 않았겠지만,
왜 빵 만들기에서 손이 그렇게 컸는지…


만들어 놓은 빵을 보며 한숨을 쉬는 남편을 위해

반을 먹은 빵은 남편이 출근했을 때 몰래 버렸다.

남편은 “왜 버려? 먹을 만했는데.” 하면서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음과 자세가 아주 훌륭하다.


그 뒤로 짬짬이 유튜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다양한 제빵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감격스럽게도 깜파뉴를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다양한 견과류와 건포도가 듬뿍 들어간 빵은
적당히 달고 입에 착 감겼다.

대성공!


그 뒤로 하나씩 빵의 종류를 바꿔 시도하고 있다.

참고 먹어준 남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ㅎㅎㅎ

앞으로 얼마나 이상한 빵들을 더 먹어야 할지 나도 모르지만,
살면서 이런 경험을, 과정을, 각오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이걸 뭐라 불러야 하나? ㅎㅎㅎ 먹다 버린 빵이다
재료는 너무 훌륭했는데... 맛은 그닥...
깜파뉴 대성공... 나와 남편이 함께 놀랐다
모양 보다 빵 맛... 심플하고 맛나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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