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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Feb 10. 2021

성스럽지 못한

性 3

 나는 사실 섹스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 내 삶은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그러다 남자를 만났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몇 번 만나고 바로 나한테 섹스 요구를 했다. “지금 생리 중이야.” 솔직히 생리를 해서 다행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섹스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 그는 흥분해 있었다. 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나는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화장지에 묻어 나온 피와 끈끈한 액을 보면서 온갖 기분이 교차했다. 섹스가 이렇게 힘든 거라면 평생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나의 ‘처음’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피가 더 흥건히 나와야 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어야 했다. 그러는 너는 처음이냐? 하지만 나는 바보같이 변명만 해댔다. “사람마다 다르대.” 그는 끝까지 나를 못 미더워했다. “알겠어.”


 나는 그가 원할 때 무조건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 해주는 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절대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생리를 해도, 컨디션이 나빠도 개의치 않았다.  

 “사정을 못하면 얼마나 짜증 나는 줄 알아?”

 나는 의무적으로 그를 사정시켜야 했다.


 그는 성인용품을 하나, 둘 챙겨 오기 시작했다. 그래, 진동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딜도와 채찍, 양초는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그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실험도구로 느껴졌다. 성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 몸에 기구 집어넣는 거 싫어! 그렇게 해보고 싶으면 네가 해!”


  나는 그와의 섹스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내가 몸이 아파도 마사지를 해준다는 핑계를 대고 결국 섹스를 했으니까. 나는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만 만나자.”

 그가 아주 ㅈ 같은 명언을 남겼다.

 “너와 연인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마지막으로 섹스할래.”

 내가 찼는데 끝까지 내가 당한 것 같은 이 더러운 느낌은 뭐지. 다행히 그를 다시 보지 않았지만 나에게 섹스는 너무나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한 남학생이 나한테 톡을 보냈다.      

 - 선생님, 고민이 있어요.

 - 뭔데? 이야기해봐.

 - 저 그게 너무 하고 싶어요.

 - 사랑하는 사람 생기고 상대방이랑 서로 합의 됐을 때 해.

   대신 피임은 철저히 해야 된다.

 - 선생님, 제 주변에서 저만 빼고 다 했어요. 여자친구 소개해 주세요.

 - 섹스를 하려고 여자친구를 사귀면 안 되지.

 - 나이 많아도 상관없어요. 경험 많은 사람이 더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 상대방을 아껴줘야지. 지금 네가 말하는 게 돈 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톡은 거기서 끊겼다. 아휴, 스버럴 놈의 섹스,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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