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 F는 나에게 SEX를 수시로 요구했다. 나는 F와 SEX를 하는 것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F는 SEX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리를 해도, 컨디션이 안 좋아도 개의치 않았다. 갈수록 애무 시간이 줄었고 내가 미처 준비가 되기도 전에 삽입을 했다.
F는 콘돔을 쓰다가 체외 사정을 했다. 사정을 하지 못하는 날은 무척 예민하게 굴었다. 나는 어떻게든 F를 사정시켰다. 여자친구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SEX에 있어서 지독한 을이었다.
F는 점점 노골적인 SEX를 요구했다. 날마다 새로운 성인용품들을 꺼냈다. 그래, 진동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딜도와 채찍, 양초는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F는 내가 싫다고 하면 물러섰다가 집요하게 이야기했다. “한 번만 해보자.”
F가 초에 불을 붙이고 촛농을 내 몸에 떨어뜨렸다. 나는 초를 빼앗아 들고 F 몸에 촛농을 떨어뜨렸다. “너도 뜨겁지, 이게 좋냐? 새꺄!” F가 바로 초를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실험도구로 느껴졌다. 성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 몸에 기구 집어넣는 거 싫어! 그렇게 해보고 싶으면 네가 해!”
F는 내 엉덩이에 집착했다. “똥도 싸는데 왜 안 돼?” 나는 짜증이 났다. “멍청아, 똥이 나올 때는 근육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겠지. 궁금하면 딜도 줘. 네 엉덩이에 해 줄 게.” F가 아무래도 AV를 보고 잘못 배운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F와 SEX를 피하기 시작했다. 키스를 해도 입술을 벌리지 않았다. 우리 안고만 있자, 라고 해도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F는 내가 아플 때도 마사지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내 몸을 더듬다가 결국 SEX를 했다.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너를 만날 상황이 아닌 것 같아. 집도 어렵고. 그만 만나자.” F가 나한테 가까이 오라고 했다. 그리고 “너와 연인의 느낌을 끝까지 간직하고 싶어. 너랑 마지막으로 SEX 할래.”라는 ㅈ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미친놈, 아주 끝까지……. 내가 찬 것은 맞지만 결국 내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성인용품을 보면 진저리가 난다. 물론 타인의 취향은 존중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