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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Feb 22. 2021

성스럽지 못한

性4

 내가 특이한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친한 주변인들을  만나면 성에 대한 대화를 자주 했다.


 내 친구 K와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동생  P. 그녀들은 서로를 모른다. 그런데 그녀들의 경험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나는 K에게 남사친을 소개했다. 둘은 교제를 시작했고 나도 그들의 틈에 껴서 자주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그런데 K가 갑자기 그와 헤어졌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서로 꽤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K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 남사친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K는 팬티에 자꾸 분비물이 묻어 산부인과를 찾아 갔다고 했다. 의사의 권유를 받아 성병 검사를 했고 클라미디아가 검출됐다. K는 남친에게 연락을 해서 성병 검사 결과를 말했다. 그런데 남친은 이상한 변명만 계속 해댔다. K는 검사를 기점으로 남친과 헤어졌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 남친, 아니 그 새끼를 욕했다. 물론 나와 남사친, 아니 그 새끼의 인연도 거기까지 였다.


 나는 오랜만에 P를 만났다. P는 한숨을 내쉬면서 남친과 헤어졌다고 했다. "언니 나 산부인과에서 검사했는데 클라미디아 나왔어. 의사가 남친도 같이 치료 받아야 한다는 거야. 나는 남친도 치료 받아야 한다고 해서 얘기했어. 따지고 그럴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걔가 뭐라고 한 줄 알아? 나때문에 성병 걸린 거래. 연락하지말래." 나는 P를 토닥였다. "그 새끼랑 잘 헤어졌다."


 나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그렇게 됐어,  나도 모르게... 뭐, 내 속이 뒤집어지는 말이지만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 좋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그랬다는데.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면서 청결한 섹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이든.  아, 싸울 때 싸우더라도 병원에서 진료도 받고 말이다.


 참, H선배는 남자와 자기 전에 남자가 병원에서 건강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와야만 섹스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나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산부인과 가서 검사했는데 균이 세 종류나 나왔어." 세상에 안전한 섹스란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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