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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Mar 31. 2021

성스럽지 못한

딜도

 브런치 통계를 보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딜도를 검색하더라. 그래서 성스럽지 못한 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 그놈은 지지리도 가난했다. 밥값은 물론 데이트 비용  지불은 내 몫이었다. 사랑인 줄 알았다... SBR! 나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 백만 원 초반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월세를 살던 내가 유일하게 번식시킬 수 있었던 빚뿐이었다.


 그런데 그놈이 언제부터인가 성인용품을 사오기 시작했다. 바이브레이터, 채찍, 초, 딜도 등등. 나는 성인용품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달도는 거의  십만 원에 육박했다. 도대체 이것은 무슨 X 같은 경우인가.


 그놈은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딜도하면 좋을 거야, 해보자. " 나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일단 상황을 피하기 급급했다. "나중에." 그놈은 내 대답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딜도를 한번 쓰는데 합의했다.   


 그놈은 딜도에 젤을 정성껏 발랐다. 딜도를 삽입할 때 느낌이 어땠냐고? 나는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 애무도 받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근육이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딜도를 삽입하는데 좋을 리가 없었다. 그놈은 진동 세기를 바꿔 가면서 참 열심히도 임하더라. 나는 소리쳤다. "그만 해. 이 xx xxx 새꺄."  AV를 자주 봤던 그놈이 AV를 나한테 적용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그놈이 오히려 화를 냈다. "나는 너를 위해서 산 건데... 그럼 이거 버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

 

 물론 딜도도 개인 취향에 따라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를 들쑤시는 X 같은 느낌. 나의 소중한 몸이 공격당하고 있다! 나는 결심했다. 나를 아끼지 않는 얘랑은 정리하자. 질은 나의 신체 내부이고 상당히 청결해야 하는데. 이 새뀌, 정말.


 지금 나의 이야기가 보편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적 욕구가 대단히 강한 사람만이  딜도를 거침없이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물론 상호 협의가 된 상태라면 딜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상대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서만 딜도를 포함한  성인용품을 사용하지 말기를. 나에게 딜도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참, 산부인과 질 초음파 검사도 하는데 괜찮지 않겠냐고 하더라. 질 초음파 검사는 나를 위한 것이고 딜도는 너를 위한 것이잖아, 새꺄. 그리고 질 초음파도 상당히 불편하고 힘이 들다. 긴장해서 몸이 뻣뻣해질 만큼. 의사가 기구를 왼쪽 오른쪽 방향을 바꾸며 검사하는데 신을 저절로 찾았다.


 그러니 고수가 아니라면 만 번 생각해 보고 선택하기를. 물론 본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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