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1 때 생리를 시작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가슴이 딱딱해지는 증상은 물론 생리통도 없었다. 경건하지만 일상적인,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졌다. 채플을 듣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정도였다. 아랫배를 부여 잡고 발만 동동 구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바보 같이 진통제를 먹으면 몸에 안 좋을까봐 꾹 참았다. 나란 참, 쓸데없이 잘 참는 년.
생리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제대로 걷지 못할 때도 있었다. 돌아오는 생리 주기는 나에게 공포였다.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최대한 외출을 삼갔다. 몸살을 호되게 앓는 느낌이었다.
나는 혹시 자궁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산부인과를 찾았다. 다행히 자궁은 깨끗했다. 의사는 여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생리통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몇 알로는 내성이 생기지 않을 거라면서.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가슴이 딱딱해지는 증상이 생겼다. 엎드리면 가슴이 아파서 바로 누워 잘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불쾌한 기분. 생리를 시작하면 밑이 빠질 것 같았다. 남사친이 어기적 어기적 걷는 나를 보며 유난 떤다고 했다. 나는 남사친에게 욕이란 욕을 총 동원했다. 안 해 봤으면 말을 마, 새꺄.
한번은 걸을 때마다 생리혈이 울컥 쏟아졌다. 결국 나는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 왔다. 허벅지 안쪽이며, 팬티며, 바지 밑 부분이 생리혈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나는 통제되지 않는 내 몸이 너무 성가셨다.
친구 E는 막 결혼한 S네 집에 놀러 갔다가 생리혈이 새는 바람에 도망치듯 나왔다고 했다. S의 만류에도 깔고 앉아 있던 방석을 챙겨서. 친구 K 역시 학생 피아노 레슨을 갔다가 의자에 생리혈이 묻는 바람에 의자 커버를 벗겨 왔다고 했다. "걔네 엄마 짜증났겠지? 하얀 커버인데."
나는 예전에 김훈의 소설 '언니의 폐경'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언니가 나한테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언니 팬티 가랑이 이음새를 자르고 패드로 언니 허벅지를 닦아 준다.
생리에 대한 개인 차가 있겠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몸 속에서 밀려나와, 는 색다른 표현이라 쳐도 패드로 허벅지에 묻은 생리혈을 닦다니. 생리대는 화장지가 아니다. 액체를 흡수는 할 수 있지만 액체를 닦아내기는 힘들다. 그리고 50대인 언니가 미처 생리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서 동생이 뒤처리를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또 팬티를 자르면 생리대를 어디에 붙이냐는 말이다. 생리에 대한 몰이해로 써낸 소설은 문학상을 받았고 드라마가 되었다.
엄마는 폐경이 되고 무척 우울해했다.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기능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엄마를 위로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잖아. 우리도 낳았고." 폐경이란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골반이 욱씬거린다. 생리 주기가 다가 온다는 신호이다. 나는 곧 한바탕 일을 치러야 한다.
우리들은 생리를 하면서 붉지만 성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생리의 번거로움을, 생리의 당당함을, 생리의 위대함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