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하고 싶은 것
내가 몇 년간 그토록 기다렸던 그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3년 전부터 기다려왔던 그날은 바로 내가 공부해 왔던 그 분야의 국가시험을 치르는 그날이다. 그날을 위해 나는 2022년 3월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정들, 계획들을 세팅해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겠다.
대학원을 다니며 그래도 일을 해왔다. 이 국가시험을 치르기 위해 대학원 학위를 받아야 했고, 그 학위를 받기 위해 회사에 모든 연차는 대학원 수업과 실습에 올인하며 2년간 회사생활을 유지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회사가 메인이 아니라 서브가 되었던 조금은 미안한 경력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논문을 써야 했고, 국시를 앞두고 있었던 있었던 올해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사실 이것도 회사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계획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공부가 나 스스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이라도 내가 하고 있는 공부에 올인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을 다니며, 그리도 꾸역꾸역 저금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상반기는 누구보다 열심히 논문을 썼고, 그것을 완성했으며, 인준을 받고 드디어 학위를 받고 졸업을 했다.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기 위해 내 계획들이 하나하나 차례를 지키며 이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즉시 국시준비를 했다.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대학원 동기들이 나름 휴식기라 느끼며 즐기는 동안에도 나는 내 인생에 불합격이라는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국시준비에 돌입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에 어떠한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아 차근차근 준비해오고 있었고, 조금씩 기출문제의 점수도 합격이라는 커트라인에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며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무사히 자격증을 받게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내 안에 어떤 불안들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전까지 아무 일 없이 무사하고 싶었다. 1년에 딱 한 번만 치를 수 있는 그 시험에 나는 꼭 한 번 만에 합격하고 싶고 그래야만 한다.
그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리고 며칠 전. 나는 쓰러졌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던 그 순간, 나는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어딘가에 부딪혔다. 이마가 부어올랐고 멍이 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내가 치러야 하는 시험을 떠올렸다. ‘내 머리는 괜찮을까?’, ‘혹여 시험을 못 치를 상황이 되면 어떡하지’ 등등 무사하지 못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주말이라 급히 응급실을 찾아 CT를 찍었다. 다행히도 내 머리는 이마의 붓기와 멍 이외에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무사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무사하길 기도 한다.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해 주세요. 그리고 무사히 자격증을 받게 해 주세요.”
이렇게 나는 살아가며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주 그래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변수들은 무사히 지나가 주어 나의 경험들을 더욱 보람차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또 어떤 변수들은 마음 쓰라린 추억이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무사히.
어쩌면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렇게나 알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인생 속에서 이것보다도 중요한 바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부자가 되는 것,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등등의 소원들도 어쩌면 오늘이 무사하지 못하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무사하고 싶다. 그리고 무사히 내가 꿈꾸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차근차근 이루어지면 좋겠다.
무사한 것은 뭘까? 아무 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무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아무 일 없이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무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무사하다는 게 행복해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게 무사한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며칠 전 무사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했던 그 순간만큼은 최소한 '병이나 사고가 없이' 무탈하게 하루가 지나가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무사히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참 큰 복이라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무사하자.
□ 열두 번째 버킷리스트
시험이 끝나면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