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에 눕다 #1

트램펄린 / 조해주 詩 : 가볍게 읽기

by Soopsum숲섬


트램펄린 / 조해주



마당에 트램펄린이 있다면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멀리 벗어날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혀처럼

아무리 높이 뛰어오르더라도

반드시 그곳에 착지하게 되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도 되나?



아파요

발음할 수 없다면 이미 턱이 빠진 것


자그마한 입을 뻐끔거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박장대소할 수 있고

우주 대폭발과 소행성에 대해 쉼 없이 재잘거릴 수도 있다


아무리 크게 벌려도

다시 입으로


입으로


그러니까 마음껏 놀아도 된다 그 안에서

아무리 놀아도 위험해질 수 없기 때문에


시시해

고작 이런 걸 보려고


한참을 뛰다 보면

마당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와


알겠다고 대답한 뒤에도

몇 번은 더 뛰어오른다



- 《가벼운 선물》 조해주, 민음사 (2022)




아, 이런 식으로 다른 삶을 경험해 보는구나 느껴지는 영화를 볼 때도, 아름다운 문장 혹은 공감하는 문장으로 가득한 책을 읽을 때도, 매 순간 새로운 일의 연속인 여행을 할 때도, 반드시 끝이 온다. 끝난다. 원래의 나로, 처음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들 각자의 트램펄린. 요리를 하거나 하루를 시작할 때도, 깨끗한 옷을 꺼내 입을 때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불만이고 한심했던 날들을 지나 계속해서 뛰다 보면 알게 된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끝이 있어 참 다행이야,라고. "아무리 놀아도 (더는) 위험해질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껏 놀아도 된다"라고 시인은 팁을 준다. 우리에겐 태어난 순간 모두에게 주어진 무거운 죽음이 있다.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처럼. 공중에 떠 있는 가장 가벼운 순간에 우린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되고 싶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무거움을 매번 떨치고 다시 뛰어오를 의지가 있다면.


트램펄린, 뛰어보고 싶다, 지칠 줄 모르는 아이처럼(분명 1분도 못돼서 지치고 말겠지만). 줄넘기를 계속하면 도움이 되려나. 되겠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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