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 / 신해욱 詩 : 나는 지금 뭐가 잘못되었을까?
신해욱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세 개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
우리는 짝이 맞지 않는다.
가능성이 많으니까 자꾸 멍이 들고 있다.
무엇을 생략해야만 우리는
허기를 느낄 수 있을까.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처럼 보일까.
이웃집의 요리 냄새가 우리의 식탁으로 흘러든다.
우리는 손이 떨린다.
우리는 젓가락으로
열심히 밥을 먹어야 하는데.
- <syzygy> 신해욱, 문학과 지성 시인선 446 (2014)
제주에 사는 나는 비행기를 자주 탄다. 이륙하는 비행기와 함께 서서히 시선이 높아지고 창을 통해 내가 살던 땅을 내려다볼 때, 그제야 조금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고민과 걱정거리에서 홀연히 놓여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지난번 탑승의 기억과 생각들이 이어지며 떠오른다. 그때도 그랬지, 이렇게 구름마저 뚫고 높이 올라보면 하늘은 늘 같은 모습의 밝은 낮이거나 밤이었다. 매일 다르게 느끼는 기분이나 인생에 대한 정의 또한 구름의 양과 습기와 빛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낸 결과였구나 생각되는 것이다. 하늘 위에서는 이토록 쉽게 가벼워지기도 한다.
우선 이 '4인용 식탁' 앞에 앉은 '우리'가 몇 사람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처음엔 두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우리는 짝이 맞지 않는다"는 구절로 보아 세 사람이거나 다섯 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세 개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한다.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머지 한 손으로 세 개뿐인 젓가락질을 해야 하다니 얼마나 힘든 일일까. 이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이런 상황에서 내가 '우리' 중 한 사람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시의 밖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 우습게 느껴질 수 있다. "이웃집의 요리 냄새가 우리의 식탁으로 흘러"들고 이 상황의 곤란함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허기'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살아가거나, 곧 큰 싸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불만스러울 것인가. 내 앞의 너 때문에, 너만 없어도 사는 건 나아질지 모른다. 이 때의 '우리'라는 단어는 지금 처해진 나의 상황과 절망의 정도에 따라 다른 분위기와 온도를 품게 된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러고 있었을까. 조금 멀리 떨어져서 이 광경을 보자. "가능성이 많으니까 자꾸 멍이 들고 있"는 가여운 '우리'를 위해 처음 "4인용 식탁"을 가져다 놓은 이, "세 개의 젓가락"을 놓아준 존재는 누구인가. 어쩌면 우리들 자신이었을까? 우리는 그들의 어제까지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벌떡 일어나 식탁을 떠날 수도 있는데. 바깥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젓가락을 사 오거나 잠시라도 빌려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짤막한 이 시에 표현된 '우리'의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얼마나 익숙한 모습인가. 우리의 "가능성 많은" 현실에 시인은 반짝이는 "거울"을 갖다주듯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 당신은 지금 뭐가 잘못되었는가? 당신은 당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는가?
당신이 지금 고통받고 슬프다면, 견딜 수 없이 괴롭다면, 벌떡 일어나 식탁과 주방과 그 집을 잠시라도 벗어나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시를 읽듯이, 영화를 보듯이 당신의 오늘을 한 번쯤 관찰하고 읽어볼 수 있다. 과감하게 이번엔 난 안 먹을래, 너부터 먼저 먹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무서운 일은 규칙만을 지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방식을 당신은 찾아낼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다. 올더스 헉슬리는 '경험이란 그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것에 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관점으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차근차근 나의 마음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볼 때 우리는 "무엇을 생략해야만 허기를 느낄 수 있"고 면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덧 :: 가벼워지기 위해 매번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다. 당신은 한 편의 시나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읽으며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살아보기를 다양하게, 심지어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연습할 수 있다. 문학은 당신에게 생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선물해 준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아마 그런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