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사하면서 푹신한 암체어를 주었다. 5층인 친구 집에서 큰 의자를 내려오느라 고생을 했다. 의자는 창가에 두었는데, 집에 새로운 의자가 들어올 때마다 그랬듯 미얀(수컷, 10세 고양이)이가 먼저 차지했다.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고개 돌려보면 모모(암컷, 5세 고양이)가 그 자리에 자고 있다. 가끔 N이 앉는다. 더 가끔 내가 앉는다. 그럴 때면 두 고양이들, 특히 미얀이가 의자 앞에 앉아 내가 일어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암체어는 현재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자다. 마루에도, 내 방에도 푹신한 의자와 방석과 작은 소파가 있지만 햇빛 드는 가장 아늑한 자리에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은 고양이나 사람이나 같은가 보다.
우리 집엔 미얀, 모모, 봉봉(수컷, 9세 믹스견)이와 N과 내가 산다. 고양이와 개가 같이 살면 서로 싸우지 않느냐고 사람들이 물어오는데, 서로 장난을 치거나, 한 마리가 속상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 눈앞에 있는 녀석에게 짜증 내는 모습은 보았어도, 정말 심각하게 싸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밥 먹을 때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근처에 가지 않는다.
내가 아는 봉봉이가 짜증 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배가 고픈데, 벌써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직 북어 국물이 뜨거우니 더 기다리라고 할 때, 산책에서 맘에 드는 여자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집에 오니 괜히 성질이 날 때, 어린이가 집에 와서 자신보다 더 관심받고 사랑받을 때 심지어 그 아이가 자길 따라다니며 꼬리잡기를 하거나 자기 장난감을 뺏어 놀 때처럼 다양하다. 모모가 짜증 내는 이유는 자기 앞에 누가 왔다 갔다 할 때, 엄마한테 예쁨 받고 싶은데 벌써 누가 예쁨 받고 있을 때, 나가고 싶은데 날씨 탓으로 작은 출입문이 오래 잠겨있을 때, 가끔 이유 없이 그냥. 그에 비하면 미얀이의 짜증은 단순하다. 자기 그릇에 사료가 없을 때. 모모가 괜히 자길 할퀴거나 성질을 부려도 그런가 보다 남자애들 둘은 다른 곳으로 가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으려다 고양이들이 자고 있으면, 미안하지만 여기서 자, 하며 안고 가 다른 의자에 눕히는데 문득, 이 집에서 내 의자에 앉았다고 이미 앉아있던 누군가를 쫓아내는 건 나란 인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예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