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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Apr 03. 2024

'나'라는 자연, 자연스러운 '나'

{숲섬타로} 지구 위에 선 나와 당신을 위한, 열한 번째 상담일지



몸이 문제였다. 언제나

피로하고 무겁고 지쳐있는 몸이.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에 살면서도

최근 5년은 잦은 수술과 회복의 연속이었고

덕분에 몸은 터무니없이 약해져 버렸다.



최근 홈발레 스트레칭을 시작하면서

팔과 다리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하며

펼치고 힘 있게 만드는 활동에 몰입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고 힘이 붙는 몸이

처음인 듯 신기하고도 감사한 마음이다.

한라산 프로젝트도 다시 시작이다.



3월의 마지막 날,

"물영아리 오름 갈까?"라는

갑작스러운 N의 제안에 "좋아!"

할 수 있었던 건 힘이 생긴 몸 덕분이다.

적극성은 정신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먼저 건강한 몸이 존재해야

밝고 긍정적인 의지와

맑은 영혼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나 움직임, 여행의 기회를 뜻하는 여덟 개의 완즈(막대들)



숲은 아름다웠다. 흐린 날이었지만,

완만한 우회로를 선택한 탓에 고요했고

공기마저 산뜻했다.

맨발로 걸으니 바닥의 습기와 촉감이

온몸으로 전해지고

살짝 졸리던 몸까지 개운해졌다.

멧돼지와 노루를 조심하라고?

맨발로 걷는 우리 무리의 냄새를 맡고

우리가 온 줄 확실히 알겠다.


모든 감각과 에너지가 발을 통해 느껴지고

몸을 통과한 생생한 감각과 행복의 파장은

내뱉는 숨을 통해  다시 숲으로,

먼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물영아리 정상 습지에는 도롱뇽을 비롯,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처음 보는 건데도 어쩐지 가슴 설레게 반가웠다.

너희 이곳에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그 뒤로 분화구 습지의 두꺼비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 같다.

너희가 잘 살아야 우리도 살아.

모든 존재를 기억하고 인정하기만 해도

우리 모두 수십, 수만 배는 더

행복해질 텐데.



숲에서, 늪지에서, 호수에서, 강에서 우린 우리 자신이 잊고 있던 자연의 한 조각이란 사실을 기억해 낸다.  물에 비칠 내 모습을 감히 바라보기 두려운 건 왜일까.




물영아리 오름의 분화구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오늘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나 역시 대자연의 일부일 뿐.



오랜만의 산행이라 다리가 후덜덜 떨렸다.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단으로

빠르게 올랐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철길 같은 부목들이 내 보폭에 맞지 않게

너무 크게 놓여있었다.


옆 길로 비켜서서 천천히 걸었다.

숨 죽여가며 그러나 깊게 호흡하며 들었던

두꺼비 소리를 생각하며

느리게 걷고 싶었다.

어느새 두 다리가 단단해지고 있었다.







* 덧 : 물영아리 오름에 한번쯤은 가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안내소 앞 매점의 김밥이 정말 맛있다.

오름 오르기 전 잊지 말고 김밥 준비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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