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비우고, 일상의 숨겨진 글감을 찾아내다.

모든 사람에게는 '고요의 시간'이 필요하다

by 정남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자극과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잔뜩 엉킨 실타래 위에 새로운 실을 감을 수 없듯,

꽉 찬 머릿속에는 새로운 문장을 채워 넣을 수 없다. 고로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건 하얀 바탕에 검은 글을 채우는 행위임과 동시에 내 안에 생각을 꽉꽉 눌러 담아 표현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생을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생각 비우기’ 란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 동료, 상사, 친구, 가족, 연인 등 관계에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게 만든다.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없기에, 의도적으로라도 생각을 비울 필요가 있다.



<물리적 침묵 vs 내면의 소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다른 생각들이 나를 방해한다.

퇴근 후에 습관적처럼 보던 폰을 엎어두고, 호기롭게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안은 조용하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없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럽다.


의자에 앉기 전만 해도 빈 화면에 생각을 술술 풀어낼 계획이었지만, 막상 머리에는 다른 잡생각으로 가득했다.

회사에서 끝내고 오지 못한 보고서, 상사의 회식 제안을 거절한 일, 이번 달 만기인 자동차 보험 갱신 걱정까지..

끊임없이 머릿속에 잡생각이 떠오르면서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급기야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까지 들게 한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쉽게 가시지 않는다.

따라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새벽, 흙탕물이 가라앉는 시간>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가며 생각을 정리해 봤다.

지금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다 적어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이 안 날 때까지 계속 두기도 해 보고, 잔잔한 노래를 들어보기도 했다.


그중에 꼭 맞는 방법은 해가 뜨기 전 새벽의 고요함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꾸고 있을 때, 눈을 떠 세상의 조용함과 마주하면 먼저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후에 약간 피곤함을 극복하면 하루 중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음의 정적임을 느끼고, 다른 불안한 생각들은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천천히 숨을 쉬며, 주변의 고요한 상태를 즐기고 내 안의 소리를 집중한다.

불안과 걱정이 가신 자리에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는다.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이라면 하루 중 언제라도 좋으니 10분 만이라도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떤가?

모두가 잠든 밤도 좋고, 나처럼 새벽도 좋고, 출퇴근하는 운전길도 좋다.

잡생각을 멀리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비웠기 때문에 깨닫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묻어 나오기도 하는 둥 여러모로 겸손해진다.

또렷이 내 목소리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면 보이는 것 또한 조금은 다르다.

아침에 생각의 아이디어들이 생활 이곳저곳에 보인다.


똑같은 시간에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쓰고 출근한 날이었다.

평범하게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였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는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꼈다.


상사의 비상식적인 일침에도, 행복의 기준은 타인을 통해서 정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한결 편했다.

퇴근 후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것조차도 일상의 감사함을 사뭇 다르게 받아들였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평소와 같이 지냈을 테지만, 다른 생각과 시각으로 한층 더 행복감을 느낀 것이다.


주변의 잡음은 나를 나답게 사는데 방해가 된다.

타인의 기준과 요구에 맞춰 사는 건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 안을 비우고 깨달아야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아직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생각의 비움을 시도해봤으면 한다.

분명히 내일의 아침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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