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1억’ 실패가, 쉰살의 ‘10억’을 지킨다

by 정남이


직장 동료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다 보면 한창 뜨거운 부동산, 주식 이야기에 꽃을 피웁니다.

누구는 어디 산다더라, 이 종목은 얼마가 올랐더라 등등 말이죠.

이 불변의 법칙은 회사원 입방아에 정기적으로 오르내립니다. 확실한 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20대 직장인 시절부터 남들에게 뒤처진다는 불안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 생각을 지우려 더 발버둥 친 것도 사실입니다. 동료들이 좋다고 하는 주식도 사봤고, 코인도 잠깐 손댔었죠. 하지만 이렇다고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모두 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그 시장을 나왔습니다. 잃은 것만 천만 원 단위가 넘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인생의 교훈을 배운 거죠. 그때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지금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FOMO, 포모라는 단어는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Fear of Missing out.

옆 동료가 내 연봉만 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말에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가 드는 건 당연합니다. 급등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불행해집니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마치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드는 거죠.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20년도 부동산 광풍이 불 즈음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딱지는 떼었지만, 아직 모아둔 돈은 별로 없는 상태였습니다. 강남 요지의 아파트는 자고 나면 1억이 올라있다는 게 심심치 않은 뉴스거리였습니다.

그런 기사를 보더라도 지방에 살고 있는 저와는 거리감이 있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인생의 결혼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봉착하고 있었기에 저 또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서울에서 시작한 부동산 열기가 지방까지 번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듯 서울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와서 지방 아파트를 쇼핑(?) 한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돌았습니다.


그 해 계획했던 아파트 청약 신청에 탈락하고, 주변 동료들의 분양 당첨 소식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리고 옆 아파트의 가격을 알아보고자 방문했던 부동산 중개소 소장님들이 하나 같이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인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으레 들릴 법한 이야기지만, 이쪽 지식이 부족했기에 공포심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데 나만 쏙 빼고 급행버스가 출발하나?”

“이렇게 오르다가 내가 살 기회가 없어지면 어쩌지?”


당시에 FOMO를 온몸으로 느꼈고,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사건은 부동산 강의를 수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어두웠던 저를 보다 못한 지인이, 떠먹여 주듯 내민 것은 부동산 강의였습니다.

처음 수강하는 강의였지만 몇 차례 듣고 나니 이미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것 같은 위기감과 함께 강사의 말에 홀린 듯이 수백만 원짜리 강의를 결제하기 이르렀습니다.

강의의 핵심은 부동산 전문가가 찍어주는 부동산 매물이었습니다. 매주 가격이 상승할만한 아파트를 1개씩 추천했습니다. 마침 제가 거주하는 지역 신축 분양권이 추천 물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향후 2억 이상 금액이 오를 것이라며, 여러 기술적 분석의 이유를 대며 설명했죠. 부동산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설명하는 이유들이 모두 옳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결국에는 분양권을 매수하기에 이릅니다.


결과적으로 분양가 대비 1억 5천이 넘는 프리미엄을 얹여서 분양권을 매수했고, 수중에 돈이 없었기에 대부분 신용대출이었습니다.

인생 첫 신용대출에 약간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내 아파트가 생겼다는 마음에 위안이 됐습니다.

지금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그 투자는 실패입니다. 그 분양권은 몇 년째 매수했던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는 한 달에 백만 원이 넘게 나오기도 했죠. 내 이름의 아파트라는 안정감 뒤에는 무리한 대출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FOMO를 받아들이는 법>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손실 회피'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남들은 다 가진 자산, 수익을 나만 못 가졌을 때 뇌는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실제 '내 소유를 빼앗긴 통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옆 동료의 수익 인증 모습을 보며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진화해 온 뇌의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그 통증을 만회하기 위해서 이성적 판단보다는, 평소 하지 않을 비이성적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저처럼 무리한 영끌로 부동산을 매수한다던지, 급등 코인과 주식에 올인하는 것들 말입니다.


실제로 잃거나 부족한 건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교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변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요. 친인척, 회사 동료들이 소소한 수익이에는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폭발합니다.

30대를 돌이켜보면 한 치 앞만 본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절제하고 생각하고 결정했다면 조금은 다른 결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 짧은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게 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불과 2년도 못가 금리 인상을 정면으로 맞았고, 지방 아파트는 온기를 잃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아파트 프리미엄은 온 데 간데 없이 떨어졌습니다.

그때의 공포는 정말 피를 말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결정이 섣불렀고, 뒤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더 올라갈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돌고 돌아 불안과 후회로 남았습니다. 시장이 뜨거웠던 만큼, 식는 것도 빨랐습니다.


가장 미안했던 건 당시에 아무것도 몰랐던 아내였습니다.

신혼생활을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결과 빚을 왕창 지고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대출 사실을 이야기하지도 못했습니다. 대출을 생각만 하면 명치 부분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힘들었습니다.

제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무너뜨린 거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선택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매달 나가는 이자는 매번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FOMO에서 끌어올려줬던 건 가족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결국은 한 단계씩>

"여보, 사실 나 빚이 좀 있어."

어렵게 입을 뗀 그날 밤, 아내의 불호령을 각오했습니다.

차라리 욕이라도 먹으면 속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긴 침묵과 한숨, 그리고 뜻밖의 말이었습니다.

"괜찮아. 우리 아직 젊잖아. 몸 건강한데 무슨 걱정이야. 다시 벌면 되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던 머리가 차가워졌습니다. FOMO에 휩쓸려 잃어버린 건 돈이었지만, 아내의 말 덕분에 얻은 건 '시간'에 대한 감각이었습니다.

‘그래, 우리는 아직 젊어. 지금 넘어진 게 다행이야. 만약 은퇴를 앞둔 50대였다면 정말 일어서지 못했을 테니까.’

아내의 위로는 저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대출을 갚기 위해 한 단계씩 계획을 짰습니다.


그때 겪은 실패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였습니다.

1억 5천만 원이라는 웃돈과 매달 나가는 이자. 그걸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여러 기회비용들. 그것들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쓰립니다.

하지만 역설 적이 게도 그 실패 덕분에 ‘돈의 무게’를 배웠습니다.

그때 운 좋게 부동산 폭등장이 계속 됐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제 실력인 줄 착각하고 더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 위험한 투기에 빠졌을 겁니다. 끝이 정해져 있는 투기판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끝에는 더욱 회복할 수 없는 규모로 무너지는 엔딩이었을 겁니다.


20대의 100만 원이 40대의 1,000만 원 보다 소중한 이유는 ‘회복 탄력성’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의 100만 원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뼈저린 교훈은 40대, 50대가 되어 지켜야 할 1,00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지키는 단단한 방패가 됩니다.

저도 꽤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덕분에 남은 인생의 긴 투자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습니다.

남들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법,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아는 법. 이런 깨달음을 통해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과 그걸 지킬 힘이 생긴 것입니다.




혹시 저처럼 투자에 실패해 좌절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싼 시기에 가장 확실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입니다.

우리는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값비싼 수업료 덕분에 이제 ‘대박’을 좇지 않습니다.

대신 매일 조금씩 단단해지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이것이 제가 실패를 통해 얻은 값진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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