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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16. 2020

어쩌다, 서울.

들어가는 말.


또다시 한국이다. 그것도 서울.

멀지 않은 과거의 어느 순간에는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빌딩 숲.

자본주의 향내 덧 씌운 세련된 매연 냄새와 상쾌한 거리.

깔끔하고 압도적이기까지 한 아스팔트 도로.

이방인처럼 두리번 두리번대며 길을 활보하고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나에게 관심이 없다.

아, 정말 아름답다.

이 정도면, "그래! 서울, 너는 자유다 !"

이것이 인도 땅을 떠나 와 서울을 마주한 나의 노골적인 첫 소감이다.



3년 같았던 1년이자, 피슝 쏜 총알처럼 순식간에 과거로 사라져 버린 인도 뭄바이에서의 1년.

그 찬란한 시간을 뒤로하고 천연덕스럽게 앉아, 커리어에 공백 하나 없었던 사람인 양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삭막한 빌딩 숲 속 사무실 책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가뜩이나 없는 눈썹 휘날리며 퇴근해 집에 당도하면 원숭이 같은 내 새끼가 폴짝거리며 나를 반기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지친 내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한다. 다음 날 아침도 다를 것 없이 남편과 함께 기상하여 준비하고, 서로의 안녕과 건투를 빌어주며, 제법 사이좋게 출근길을 나선다.



그렇게 한 때는 전쟁 같은 일상이라 여겼던 작금의 자유를 황홀해하며 지내는 어느 날, '툭' 하고 인도에서의 이미지 한 토막이 내 기억 속에 떨어졌다. 직업이 없는 나를 견딜 수 없었고, 자의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며, 언제나 바깥사람일 줄 알았던 내가 아이와 24시간 전폭적이고도 완전한 안 사람이 되어야 했던, 내 인생에 가장 시간이 남아돌았던, 하필이면 그러나 다행히도 인도에서의 그 시간.

분명히 어렵고, 어지러우며 어느 날은 지긋지긋했던 순간들이었는데, 야금야금 그때를 꺼내 보고 싶어 진다.

스리슬들추어 보고 다시 느껴보고 싶어 진다. 아무튼간에, 요망한 나라, 인도.



길었지만 짧았던 1년의 감상을 더 흐려지기 전에 써 내려갈 작정이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내 삶의 한 토막이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웃음과 위안이 그리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 앞으로 기록할 지난 1년간 인도에서의 이야기는 아마, 어느 날은 인도였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유럽일 것이다.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게 될지 모른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프로 짐 싸개 정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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