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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잇아웃 정PD Aug 29. 2017

무엇이든 의문을 가지기

엔지니어의 태도에 대하여

올 초부터 우리 파트에 들어온 신입사원의 지도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굉장히 똑똑한 친구라, 조금만 가르쳐주면 웬만한 또래 선배들보다 훨씬 잘 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많아 많이 챙겨주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지도 후배를 포함해 소그룹으로 같이 일하는 후배가 4명이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잘 한다. 각자의 특성도 다 다르다. 조금 더 다그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칭찬하는 게 좋을지, 가능한 한 그 사람의 성향에 맞춰 F/B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지는 후배들이 판단해야 하는데... 그냥 일 많이 시키고 깐깐한 선배려나...)


후배들이 최소한 나와 함께 일할 때만이라도 고민해보길 바라는 점이 있다. 바로 '일을 대하는 태도'이다.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일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여, 그저 허겁지겁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기에도 벅찰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작은 일들 하나하나에 모두 자기 생각과 판단이 녹아 들어있다. 어떤 data 하나를 보더라도 이걸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엔지니어의 특성, 다르게 말하면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좋은 '태도'를 배웠으면, 가졌으면 한다. 


그럼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무엇이든 의문을 가지기


흔한 예 하나. 문제가 발생했다. 어디가 원인인지 잘 모르겠지만, 두 가지 공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두 공정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각자 이야기한다. '우리 공정일 리 없어. 예전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결국 확인해보니 우리 문제가 아니었거든.' 그래도 문제는 발생했고, 어디가 원인인지 밝혀야 하니 평가를 진행한다. 모든 변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고, 재현할 수도 없으므로 (본인들이 판단하기에) 최대한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결과를 확인한다. 그 결과, 두 경우 모두에서 재현되지 않는다. '그것 봐, 역시 우리 공정이 원인이 아니었어.' 이 문제는 결국 '원인불명'으로 처리되고, 언젠가 다시 재발할 날을 기다리며 잊힌다...


회사에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 기존 이력, 선배들의 의견 등을 참고하여 판단을 내린다. 물론 경험은 중요하다.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한데 모여 '노하우'가 되고, 이 노하우는 빠른 시간에 더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것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는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다. 알고 있었던 문제는 이미 해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경험을 참조하되, 이번에도 그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은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성공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말이야.' 누군가의 입버릇으로 잘 알려진 말이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항상 떠오르는 말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사소한 것부터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질문했을 때 '그냥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딱히 바꿀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안 바꿨어.' '응...? 글쎄...???'라는 대답을 듣는다면, 그런 부분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너무 사소해서 크게 생각지 않았던 부분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가 갖춰나가야 할 기본자세이지 않을까. 우선 내가,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후배들이 항상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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