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녕그것은 Jan 24. 2022

집은 집으로 잊는다 (1)

그녀가 앓던 청주병

청주 갈래



잊을만하면 그녀의 입에서 나오던 말



청주에 뭐가 있길래

나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건 매 한 가지인데

힘들 때면 유난히 청주 간다는 말을 달고 살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진짜로

청주에 갔다.


우리가 만난 2016년

그녀는 집을 구하기  큰아빠 댁에

방을 하나 빌려 살고 있었고

나는 외대 앞 작은 원룸에 살고 있었다.




노원구와

동대문구



태어나 처음 보는 동네에서 시작한

독립생활이었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칸이

내게는 너무나 특별했다.



지방에서 놀러 온 친구,

휴가 내 잠깐 한국에 들어온 친구,

고시원에 사는 친구,

자취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구




친구란 친구는 몽땅 초대해

주말에는 두시고 세시고  집은

빛이 하나~  들어오니

우리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 먹고 잘 수 있다’며

상 하나를 둘러싸고 가난한 안주들과 함께

우리의 밤을 넘치도록 즐겼다.




반면

그녀는 나와는 달랐나 보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7평 방 한 칸이라도

내 집과 큰아빠 집은 엄연히 달랐던 것이다.





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겨울날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가게들이

몇몇 없어 우리는 쫓기듯 경희대 앞

어느 족발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는

한눈에 봐도 야위었을 만큼 작아져있었다.


“나 아무래도, 청주 가려고”


선 넘는 상사

경계 없는 업무지시

불합리한 계약조건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이 모든 것들을 듣고도

나는 순진하게 족발만 뜯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자리가 끝날 때까지

젓가락 한번 들지 못한 ,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고




그녀는 정말 청주로 가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6년차 카피라이터, 마케터로 변신하다. 역시 불사조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