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14년 차에 처음으로 하게 된 부장교사 이야기
나는 네 번째 학교에서 교직 생애 처음으로 부장교사를 맡게 되었다. 자연교육부장. 부장교사들은 대부분 4~50대 선생님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요즘은 워낙 부장을 하기 싫어해서 30대 교사들이나 기간제 교사들이 맡은 경우도 허다하다. 30대 과학 교사가 자연교육부장을 맡게 되었으니 교장 선생님의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나는 과학과에서 오랜 기간 미뤄왔던 무한상상실 구축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계획서를 제출해서 내려온 3천만원의 예산으로 실을 꾸미고, 3D 프린터나 레이저 컷팅기 등의 메이커 교육을 하는 기자개도 구입하고, 교육비를 책정해서 아이들과 메이커 교육을 진행했다. 어렸을 때는 예산 많은 업무를 맡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는데 나름 3천만원을 잘 사용하는 나를 보며 이제 나도 진정한 경력교사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획은 많이 해봤지만 부장교사는 처음이라 우리 부서에 있는 나보다 나이 많은 기획 선생님과 나보다 어린 또 다른 과학교육 업무 선생님과 어떻게 잘 지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은 부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 두 분들이 어떻게 나를 평가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요즘은 분위기가 젊은 선생님께 교직 문화나 내가 아는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어도 꼰대 취급받기 십상이고, 선배 교사들과 후배 교사들 사이에 끼인 세대의 교사로서 고충이 나름 많이 있다. 그리고 부장 교사는 관리자와 부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잘 행동해야 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했지만 내가 잘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다음 해에도 무한상상실 구축 2년 차에 내려오는 천만원을 전년도 활동과 연계해서 잘 써보고 싶어서 자연교육부장을 한번 더 맡게 되었고, 그 후에 3년 차까지 천만원이 내려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3년 차까지 운영하고 다른 학교로 이동해 버리면 무한상상실 활용이 거의 안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해는 3학년 기획을 하면서 부장을 하지 않았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힘든 담임을 안 하고 자연교육부장을 3년 내내 할 수 있었지만 내 양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학교로 작년에 이동했는데 3학년 담임을 했고, 올해 나는 자연수리융합부장을 맡게 되었다. 이 부서는 자연교육부와 정보부가 함께 있는 부서로 정보 업무를 한 번도 담당해보지 않았고, 요즘 정보 업무가 많은 것을 알아서 담임을 하겠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우리 학교 과학 선생님 현황을 볼 때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겠다고 했다. 역시나 정보부장은 해본 적이 없어서 1학기 내내 힘든 점도 많았고, 내가 다시는 정보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 정도로 짜증 나는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적응했기 때문에 남은 2학기 업무는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부터 부장 수당이 올라서 나는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그 돈으로 간식을 많이 사드린다. 주말에 신세계 백화점에서 구입한 핫한 디저트를 월요일에 나눠 드리면 부장님 덕분에 월요병이 사라진다는 말을 해주는 부서 선생님들이 있어서 나는 고마워하며 또 핫한 간식들을 검색하곤 한다. 이젠 중견교사 정생물로서 우리 학교에서 남은 2년간 부장교사를 계속해야 할 것만 같은데 어떤 부서 부장을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그게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도 행복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