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사용하는 생리통으로 인한 인정 결석 이야기
생리통으로 인한 인정 결석, 언제부터 시행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여고로 옮기고 난 뒤 담임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제도이다. 비 오는 날, 월요일, 금요일, 시험기간 하루 전날 출근길에
"선생님~ 저 오늘 생결 쓸게요."
문자나 카톡이 계속 오는 경험,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담임을 하는 선생님이면 다 해봤을 것이다. 모든 제도가 도입될 때 취지는 다 좋다. 생리통으로 인한 인정 결석도 마찬가지. 취지에 맞게 쓴다면 괜찮겠지만 요즘 몇몇의 여고생에게는 생리통과 관계없이 쉬고 싶은 날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인정 결석으로 인식되고 있다. 생리통으로 너무 아픈 날도 쓰지만 그냥 쓰고 싶은 날에도 부모님께 다른 아이들도 다 쓴다는 거짓말과 함께 사용하는... 다른 아이들도 다 쓴다는 거짓말에 넘어가서 함께 거짓말을 해주는 부모님도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아이와 생리 결석 사용하는 것으로 갈등이 생겼다는 학부모님들도 많이 있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좀 다르긴 하지만 어떤 학교는 좀 심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 학교는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여학생 생리통 결석…교사 ‘거짓말 의심’에 젠더 갈등까지 (edaily.co.kr)
2년 전 위의 기사도 보면 알겠지만 남녀공학에서는 생리 결석으로 인한 젠더 갈등도 많다고 한다. 남학생들은 쓸 수 없는 인정 결석이니까. 코로나 때는 남자아이들도 코로나 검사하러 간다는 거짓말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코로나 종료 후 여학생들은 생리 결석을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사용하는데 남학생들이 불만을 가진다는 것.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여자 회사원들이 금요일에 생리 휴가를 사용해서 제주도나 해외로 놀러 가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제도의 취지에 맞게 권리를 찾는 여학생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5월에 진행되는 중간고사가 화수목금일 때 그 전날 월요일 우리 반 생리 결석이 5명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4월 초에 생리 결석을 사용했는가 하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의심 가득하지만 이번달은 아프겠지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그렇게 결석을 한 날 스터디 카페에서 혼자 공부한 걸 친구들에게 들켜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안 좋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으므로 하나의 생리 주기 안에서 2일 사용하는 아이들... 예를 들어 31일이 목요일, 다음 달 1일이 금요일이라면 2일 연속으로 생리결석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다. 뭐 생리통이 2일 내내 지속될 수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인정 결석 처리하지만 씁쓸한 현실... 이렇게 목금토일 황금연휴를 만들어 가족 여행을 가는 학생도 봤다. 현장체험학습을 쓰면 인정 결석 처리가 되지만 계획서에 보고서에 써야 할 것이 많은 반면 생리 결석은 싸인 한 번만 하면 끝이다.
요즘 아이들이 인스타에 중독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 들통이 날 때가 많다. 하지만 생리통으로 인한 인정 결석은 이제는 병원 진료 확인서 등의 증빙 서류 없이 그냥 학생 편에서 오늘 사용할게요 하기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에(물론 시험기간에는 병원 확인 서류가 있어야 한다.) 의심이 드는 경우에도 교사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수시 면접 등을 앞두고는 1주, 2주 만에 또 사용하는 아이들도 많아서 "어머니~ 주기가 2주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답장을 보내도 씹히는 게 다반사. 그러면 또 거짓말로 쓰는 거니까 답장으로 보낼 말씀이 없겠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ㅠㅠ
그래서 나도 생각해 본다. 내가 2000년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로 현재 생리통이 하나도 없는 여학생이라면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생리통으로 인한 인정 결석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지금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다가도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애가 시험 전날 생리 결석 사용하는 걸 보거나 하면 나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고생 생결 사용에 대한 이야기는 할 말이 많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참아야 하나 생각한다. "선생님~ 오늘 생결 쓸게요." 하면 "그래~"하고 인정 결석 처리만 아무런 감정 없이 로봇처럼 하는 거지.
글 제목에 쓴 것처럼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애증. 이 생리 결석 제도가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을 애증의 관계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 귀요미인데 뭔가 이 제도를 취지에 맞지 않게 쓴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안귀요미로 바뀌는 느낌. 비 오는 금요일 아침 우리들은 웃픈 한 마디를 학년실에서 주고받는다.
"선생님~ 오늘 샘 반에 생결 몇 명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