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교사 정생물 이야기
허리가 망가지면 몸 전체가 망가진다는 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학교에서 허리에 위치한 중견교사가 되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 호봉순 명렬을 보면 나는 거의 딱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24살부터 휴직 한 번 없이 일을 했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호봉순 명렬에는 나보다 아래에 이름이 있는 분들이 있다. 학교 일을 좀 알면서 큰 일을 맡아서 해줄 한창 일할 나이 3~40대 선생님이 많아야 좋다고 하지만 우리 학교는 허리가 약한 편이다. 3~40대 선생님들은 또 육아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래 저래 어느 학교나 우리 학교는 허리가 탄탄하지 이런 느낌은 잘 없고, 서부산권이나 기장 이런 부산 외곽 지역으로 가면 또 신규 선생님과 기간제 선생님이 너무 많아 30대 초반 정도까지의 젊은 선생님들이 거의 절반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는 50대 이상 이런 느낌이라 중견교사가 거의 없는 학교도 많다고 들었다.
우리 몸의 허리 건강이 중요하듯 학교에서의 중견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올해 많이 느끼게 되었다. 작년에는 3학년 담임을 하면서 학년 업무 위주로 하며 학년실에 있었고, 전입 첫 해라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부장을 하게 되면서 2층 큰 교무실로 오게 되었고, 우리 부서에 신규 선생님이 들어와 내가 그 선생님께 이런저런 걸 알려주는 멘토 교사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가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학교인 젊은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라 '아 이제 내가 더 이상 젊은 교사가 아닌 중견교사구나.' 느끼게 되었다.
아래는 내가 신규 때 겪었던 에피소드인데 이제 내가 대화 속 중견교사의 입장이 될 날이 1-2년도 안 남은 것 같다.
중견교사 : 선생님은 몇 살인가요?
신규 정생물 : 저 ☆☆년생입니다.
중견교사 : 어 나도 ☆☆인데 ㅋㅋㅋ ☆☆학번 ㅋㅋㅋㅋㅋ
신규 정생물 : 아... 네... 하하하(머쓱)
내가 신뢰하는 우리 학교 선배 교사들과 교감선생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생기면 나는 종종 벌써 제가 중견교사가 되었다며... 중견교사의 무게가 좀 큰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하곤 한다. 허리 건강이 몸 전체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말이 있듯 학교에서 허리 역할을 중견교사가 어떻게 근무하는지가 그 학교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견교사만 무게를 가지는 건 아니고, 젊은 교사와 중견교사 그리고 원로교사, 관리자까지 모두 그 학교 구성원으로 해줘야 할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건강한 학교가 된다. 하지만 허리가 무너지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니 2학기부터는 나도 내 허리 건강을 위해 헬스도 다니고, 학교 건강을 위해서 멋진 중견교사 정생물로 최선을 다해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