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이야기
나의 브런치를 읽는 분들 중에 교사가 아닌 분들은 내가 방학 내내 했던 생기부 세특 타령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이다. 생기부는 일단 학교생활기록부의 줄임말이고, 세특(과세특)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줄임말이다. 과목별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재해야 하는데 학생별로 한 과목 당 1,500바이트까지 작성 가능하다. 1,500바이트면 한글로 500자라고 할 수 있다.
세부 : 자세한 부분
능력 :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 지성ㆍ감성ㆍ기억 따위의 정신 현상의 여러 형태
특기사항 : 특별히 다루어 기록한 사항
어떤 학생이 한 학기 내내 배우는 모든 과목에 세부 능력이 있거나 특기 사항이 있다는 것, 전교생 모두가 특정 과목에 대한 세부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우리는 전교생에게 전 과목 세특을 기재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그런 아이들이 거의 없지만 수업 시간 내내 한 번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잠을 자는 학생들도 빈칸으로 둘 수 없는... 그리고 생기부 어느 항목에도 부정적인 내용은 쓰기 어렵다.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은 다 다른 아이들이므로 다 개별화하여 기재해야 하고, 복사 붙여 넣기 느낌으로 비슷한 내용을 많이 적게 되면 생기부 컨설팅에서 지적을 받게 된다.
이제는 과목별 세특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별 세특까지 1,500바이트를 챙기는 일이 발생했는데 원래 개인별 세특에는 쓸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빈칸인 경우가 많았다. 개세특은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줄임말로 개세특에 “수업량 유연화에 따른 학교 자율적 교육활동에서 특정 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내용을 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학교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 확인과 생기부 기재만으로도 바쁜 시기에 2~3개의 과목 선생님들끼리 함께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나도 올해 수학 선생님과 함께 지구 온난화 관련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함께 하고, 그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30명 정도의 개세특 기재도 방학 중에 완료했다. 열심히 참여한 대부분의 아이들 내용을 1,000바이트 넘게 다 적었다.
비담임이라면 그래도 과세특과 자기가 맡은 동아리 정도 기재하고, 개세특 내용은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제출하면 끝이지만 담임이라면 생기부 기재 내용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비담임들이 하는 것 + 다음의 일들이 추가로 주어진다. 자율 활동, 진로 활동, 봉사 활동 누가기록뿐만 아니라 특기사항과 진로 희망도 적고, 대망의 행발이라고 부르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작성해야 한다(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인데 줄임말이 행종이 아니고 행발인 이유는 예전에 아마 그 항목이 행동발달상황이어서 그런 것 같다). 1, 2학년 담임을 하게 되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거의 1,500바이트에 가깝게 우리 반 아이들을 다 다르게 기재해야 하는데 이제는 대학마다 교사 추천서가 없어졌고, 우리가 작성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그 추천서 역할을 한다며 우리에게 그 칸을 잘 채우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나는 이번주 개학이라 1학기 생기부 기재를 완료했지만 아직 개학을 안 한 고등학교가 대부분이라 방학 중에 열심히 생기부를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생기부 작성으로 머리 아플 모든 고등학교 선생님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