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정생물 반성 일기
나의 어린 시절 스머프를 티비에서 해줬던 것 같은데 아무튼 스머프에는 우리가 직장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가 나온다. 교사 집단에는 똘똘이 스머프도 많고, 투덜이 스머프는 엄청 많은 느낌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 중에 가장 고쳐야 할 것이 불평불만하기라고 생각한다. 입을 대다라고 표현하는데 찾아보니 이 표현은 경상도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 중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실까봐 찾아서 적어본다. 입을 대다는 '옳고 그름을 평가하거나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다'라는 뜻이다.
급식을 먹으러 가도 다들 많이 맛있게 먹으면서 급식 메뉴에 대해 한 마디씩 하고, 다른 부서의 업무라면 그냥 협조해 주면 되는데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한다. 그냥 기본 옵션이 일단 말부터 하고 보기 이런 느낌 ㅋㅋㅋ 그리고 교사 대부분은 계속 구시렁구시렁 말은 하지만 또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것.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면 불평불만 없이 하면 좋겠지만 뭔가 다들 한 마디씩 하고 일을 시작한다.
담임을 하면 입을 삐쭉삐쭉하면서 불평불만 하는 아이들을 볼 때 누구보다 마음에 안 들어할 사람들이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것. ‘우리 부서 일이 아니면 간섭하거나 평가하거나 조언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입을 댈 때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게 고마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자기들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싫을 수 있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예정이고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도 마냥 고맙지는 않을 것 같다. 나도 이제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입을 많이 열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 훈훈한 선배 교사 정생물이 되기 위해 일단 아래 3가지를 실천해보려고 한다.
1. 우리 부서 공문이 아닌 것 같아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내가 그 일을 우리 부서 업무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 투덜거리지 않기
2. 다른 부서의 업무 처리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불평불만 하지 말고 협조하기
3. 나와 결이 다른 교사의 언행이 거슬려도 나의 뇌 구조로 이해 안 되는 것이지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므로 내가 옳다는 생각 내려놓기
현실은 월요일에 출근하면 또 옆에 앉은 친한 선생님께 “그 일 왜 그렇게 처리하는 걸까요? 이해가 안 되네.”라고 말하는 정생물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투덜이 스머프 탈출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