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생물, 여고에서 처음 근무하다
남녀공학에 첫 발령을 받은 나는 성격상 여학생보다 남학생과 잘 맞다는 생각에 다음 학교로 남고를 선택했고, 그 학교에서 너무 재밌게 보냈다. 그래서 세 번째 학교 역시 남고를 선택했는데 여기서는 또 너무 힘이 들어 여고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네 번째 학교로 여고를 가게 되었고, 여고는 처음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고에서만 근무하는 걸 선호해서 여고에서 여고로만 이동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남고에서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고, 큰 소리를 낼 일이 거의 없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1학년 통합과학 수업 시간에 하는 활동이나 수행평가 등도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DNA정보를 단백질로 번역하는 것을 배울 때 친구에게 암호 편지 쓰기 활동도 하고, 교과서 뒤에 있는 종이로 DNA 모형 만들기를 할 때 모둠 별로 길게 연결해 사진도 찍고, 카탈레이스로 효소의 활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할 때 풍선에 점을 찍어서 풍선이 부풀어 오름에 따른 점과 점 사이 거리 측정하는데 풍선에 예쁘게 얼굴을 그리기도 한다.
2학년 생명과학 시간이나 생활과 과학 시간에도 즐거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데 박테리오 파지 만들기 시간에 머리에 착륙한 박테리오 파지 사진도 찍고, 건강과 관련한 인포그래픽 만들기 활동에서도 너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출한다.
내가 하고 싶은 교과 활동이나 수행평가 어떤 걸 실시해도 다 잘 따라오는 여학생들, 남학생들과 수업할 때는 이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여학생들과는 내가 해보고 싶은 모든 활동을 다 할 수 있고, 결과물도 만족스럽고, 그래서 세특을 쓸 때 적을 내용도 많다.
체육대회도 아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반별로 겹치지 않게 조율하여 반티를 입고,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여학생은 사랑이라 내 다섯 번째 근무 학교로 아주 착한 여학생들이 많다고 소문한 여고를 지원했고, 2년째 근무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소문대로 아이들은 너무 착하고 교사에게 우호적인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학교다. 여학생과 보내는 하루하루는 행복하고, 미소 지을 일도 많다. 남은 2년 6개월, 우리 학교 귀요미 여학생들과 즐겁게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