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슬픈 현실
개천에서 용 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가능했던 이야기다.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도 학교 교육만 잘 받고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며 서울대나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시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내가 현재 5번째 학교에서 근무 중인데 생각해 보면 내 교직 생애 초반 10년 정도만 해도 간혹 개천에서 용이 났던 것 같은데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누구나 일타 강사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뭐하나, 인강을 듣는 것에도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중학생 때 수능 영어 1등급 수준으로 이미 끝난 아이들과 집에서 이루어지는 지원 없이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공부만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올해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도 그걸 보여줬지.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 1등급 비율 고작 1.3%… 매우 어려웠다-조선에듀 (chosun.com)
위의 뉴스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1등급이 1.3% 였다. 실제 수능이었으면 상대평가 1등급에 해당되는 4% 이상은 나왔을 것이다. 재수생의 데이터가 안 들어가는 게 6월 모의고사니까. 재학생의 1.3%가 1등급을 받는 절대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의대 정원 확대 이슈 등이 있으니 영어를 어렵게 출제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집이 가지고 있는 부의 수준과 상관없이 노력만 하면 하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시대. 그래서 요즘 시대에서 내가 할 일은 개천에서 태어나서 용이 되고 싶지만 현실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귀요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서 그 아이들이 용이 될 수 있도록 공교육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