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3
우리 학교 교지편집부 아이들이 찾아와 인터뷰 부탁을 해서 흔쾌히 해주겠다 했더니 메일로 질문 10개를 보내줬다.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다 보니 생명과학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래의 질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 생명과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나 특별히 생명과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2. 학생들에게 생명과학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 선생님께서 추천하시는 생명과학 관련 책이나 다큐멘터리가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4. 생명과학 수업을 준비하거나 가르치실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나 철학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생명과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부터 생물과 생물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도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물교육과로 진학을 했지만 생명과학이 가지는 매력이라...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것, 나이가 들면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다 생물인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명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그 원리를 탐구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그들의 물질대사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생명과학I 과목을 아이들이 공부하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 물질인 ATP를 만든다는 사실도, 신경세포 뉴런의 세포막에 있는 나트륨-칼륨 펌프는 ATP를 사용해서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을 반대 방향으로 끊임없이 이동시켜 막 밖에는 나트륨 이온이 고농도로, 막 안에는 칼륨 이온이 고농도로 유지되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여러 세포 소기관들과 수송 단백질들이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계속하여 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듯 우리 사회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수행해야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번주 2학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생태계 단원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 단원에서는 군집 내 개체군 간의 상호작용을 배운다. 경쟁, 포식과 피식, 공생 등이 나오는데 공생 관계에서는 "상리공생"이라는 것이 나온다. 상리공생은 두 종 모두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대표적인 예시로 흰동가리와 말미잘 사이의 관계가 나온다. 이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상리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알쓸신잡에 나온 뇌과학자 장동선 님은 학부 때 생물학을 전공했는데 생물학을 배울 때 신기하게 여긴 것이 갑각류라고 했다. '인간은 척추동물이라 바깥은 말랑말랑한데 안에 뼈가 있고, 게나 가재 등이 속한 갑각류는 안은 말랑말랑하고 껍질이 단단한 생물인데 어떻게 성장하는 것일까?' 갑각류는 탈피를 통해 성장하고, 탈피 직후 갑각류는 아주 약하다. 갑각류가 성장하는 때는 오직 가장 약해져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그것을 보면서 '인간은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마음은 갑각류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껍질도 좋지만 내가 성장하는 순간은 죽을 것 같고, 누군가에게 잡혀 먹을 것만 같고, 그냥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은 순간에 우리는 성장한다고...
학창 시절 나도 재밌어했고, 좋아했던 과목인 생명과학을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도 생명과학의 매력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교지편집부 아이들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이런 매력적인 학문이었다니... 내 인생에서 앞으로 몇 년을 더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아이들이 생명과학의 매력에 빠져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