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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사랑 나라사랑

생물교육과 동기 및 선후배의 응원

by 정생물 선생님

동기사랑 나라사랑, 이 말 요즘 대학생들도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생물교육과 동기 및 선후배에게 받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 과는 정원이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졸업할 때 인원수는 17명이었다. 입학할 때는 20명 약간 넘게 동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과 특성상 의대나 수학교육과를 가기엔 점수가 약간 부족한 애들이 진학한 경우가 제법 많았고, 그런 친구들은 역시나 재수 또는 반수로 자기가 원래 가려던 학과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인가 과학을 좋아했고, 막연하게 생물 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성적이 올랐어도 더 열심히 해서 의대를 가보자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수능 성적이 의대를 갈 만큼 잘 나왔다면 갔겠지만 ㅋㅋㅋ 생물교육과를 가고 싶었는데 수능 성적 또 딱 거기 합격할 수 있는 점수가 나왔다는... 그래서 어른들이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는데, 꿈을 의사로 가졌다면 더 열심히 해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암튼 나는 수시 전형으로 생물교육과에 입학했고, 내 고등학교 친구들 몇 명도 재수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와중에도 즐겁게 1학년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졸업 성적이 나보다 좋지 않았던 친구들이 재수해서 의대에 진학하는 걸 보고 약간 배가 아프기도 했지만 뭐 어쩌겠어? 내 꿈은 의사가 아닌데 ㅋㅋㅋ 하면서 의사 친구만 있으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생물교육과 친구들을 만날 때가 제일 편하다. 무슨 말이냐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면이 있는데 우리 과 동기들을 만나면 경기도, 울산 등 다른 지역에 근무하고 있어도 공감대가 잘 형성되고 여러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생물교육과 1학년 때 나는 나를 포함해서 4명의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서 다녔는데 그래서 우리는 생물교육과 핑클로 "생클"을 결성했다. 아무도 우리를 생물교육과의 핑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생클로 활동했다 ㅋㅋㅋㅋㅋ


생클 멤버 중에 나는 이제 은진이하고만 연락을 한다. 한 명은 재수해서 약대에 진학했고, 한 명은 3학년 진학 시 들어가는 실험실이 달라져서 멀어져 버렸다. 은진이와 나는 실험용 쥐를 키우는 일명 "쥐방"에 들어갔는데 쥐방은 실험용 쥐를 키우기 위해 돌아가면서 밥도 주고, 쥐들이 사는 곳도 청소를 해야 해서 다들 들어가기 싫어하는 방이었다. 은진이와 경주 그리고 나는 쥐방을 선택하면 우리 세 명이 무조건 같이 있을 수 있다며 쥐방에 들어갔고, 실험용 쥐를 키우는 경험은 나의 소중한 경험이다.


은진이와 경주, 나 이렇게 세 명은 계모임도 결성했는데 계모임 이름은 "엔자임"이다. 왜 효소로 이름을 지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서로 촉매 역할로 도와주자는 의미 아니었을까? ㅋㅋㅋㅋㅋ 암튼 언젠가부터 회비를 넣지 않아 총무인 내가 한 200만 원 정도 가지고 있는데 내 수술 끝나고 회복 다 되면 어디라도 같이 놀러 가자며 이야기했다.


은진이는 경기도에서 임용 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나의 수술 소식을 듣고 병문안도 못 간다며 퇴원하고 걸을 때 신으라고 나이키 운동화를 보내주었다. 흰색 운동화가 없어서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어쩜 내 마음에 쏙 드는 운동화를 보내주다니ㅠㅠ 개복 수술을 한 나는 유착 방지를 위해 많이 걸어야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맞춤형 선물을 받아서 정말 기쁘고, 고마웠다.


감동의 편지와 함께 도착한 은진이 선물


나경이 언니는 나와 부산에서 같은 해에 임용을 합격한 동기로 중학교에 발령받았지만 이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 수술 소식을 듣고 병문안 오면서 맛있는 초밥도 사 오고, 스승의 날을 자축하자며 카네이션 초콜릿도 선물로 가져왔다.


과학부장 연수에서 100만 년 만에 만난 동기 은미와 후배 완석이도 날 응원해 줬고, 서영이도 응원해줬다. 후배 선희는 내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고, 처음으로 돈을 지불하고 연재를 응원하는 응원 댓글을 달아줘서 감동했다. 후배 영화는 내가 수술하게 된 걸 알고 온라인 병문안 왔다며 기프티콘 선물로 내 쾌유를 기원해 줬다. 전임교에서 만난 우리 과 선배님은 내가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하니 참외와 골드키위를 직접 잘라서 가지고 오셨고,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까지 사 오셔서 병원 식구들과도 나눠 먹었다.


우리 과 동기지만 재수해서 의대로 간 무진이는 현재 응급의학과 의사인데 예전에 우리 아빠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도와줬고, 이번에 내가 개복 수술을 하게 되어 계속 징징거렸더니 의사로서 조언도 해주고, 국밥도 사주고 ㅋㅋㅋ 만날 때마다 내가 가야 하는 곳까지 좋은 차에 태워서 데려다주는 바람에 계속 친하게 지내야지 다짐하게 되었다. 물론 무진이 생각은 알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


동기사랑 나라사랑, 생물교육과를 졸업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도 연락할 수 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와주는 동기와 선후배가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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