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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의 귀빈을 위한 간식

보라돌이와 동행하는 삶

by 정생물 선생님

보라돌이는 연제고 1기 제자로 문과 여학생이다. 신규 발령 때 24살이었던 나는 나도 아직 여학생 같은 나이라서 그랬을까 ㅋㅋㅋ 예민한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훨씬 더 잘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특히 문과 아이들이랑은 3년 내내 수업을 같이 안 했기 때문에 문과 여학생이랑은 졸업 후 교류를 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보라돌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아마도 화학 선생님 욕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게 아닐까 추측해 봄 ㅋㅋㅋ) 암튼 우리는 보라돌이가 졸업을 하고도 자주 만나서 울산 대공원에 장미 보러 같이 가기도 하고, 서울에 뮤지컬과 콘서트 및 전시를 같이 보러 가기도 했다. 7살 어린 제자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거의 친구처럼 또는 대학 선후배처럼 같이 놀러 다녔다는... 내 기억에 샤갈 전시회도 같이 가고, 인사동 구경도 가고, 뮤지컬 영웅이랑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보고, 나윤권 콘서트도 같이 간 것 같은데 ㅋㅋㅋ 장충동 근처 호텔에서 묵으면서 장충동 족발을 먹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중 몇 개는 다른 사람과 한 일일 수도 ㅋㅋㅋ


암튼 보라돌이는 취직을 하고도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제주도 호텔에서 근무할 때 우리 언니 가족이 그 호텔에 묵게 되어서 신기한 마음에 연락을 했더니 우리 조카를 만나서 같이 사진도 찍고, 케이크도 선물해서 조카들이 맛있게 먹었다며 언니가 고마워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여기 호텔에서 파는 쿠키를 보내줬던 기억이 있다.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긴 걸 알게 되어 온천천에서 만나 맥주를 한 잔 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연락이 끊어져서 어떻게 살까 궁금하기도 했다. 올해 내가 데이식스의 영케이를 덕질하기 위해 인스타를 시작하게 되면서 연락이 끊어졌던 많은 아이들과 인스타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보라돌이도 그렇게 다시 연락이 되었고, 결혼을 해서 인천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딸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딸 사진을 하나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라돌이 닮아서 어찌나 귀엽던지... 귀요미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는데 인스타에 이 아기 가방이 딱 보이는 게 아닌가? 바로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보내고, 나중에 아기가 저 가방을 메고 다닐 날을 상상하며 나 혼자 흐뭇해했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예전에 서울로 놀러 다닐 때처럼 연락을 하게 되었고, 보라돌이는 내가 이번에 수술을 하게 된 것도 알게 되었고, 브런치에 작가로 선정되어 글을 쓰게 된 것도 알게 되었는데 스승의 날 오전 보라돌이가 나에게 보낸 선물과 카톡 내용을 보고 나는 울고 말았다. ㅠㅠ 선물은 만수르가 귀빈을 위한 간식으로 대접했다는 대추야자 간식이었는데 선물 밑에 보이는 카톡 편지를 보고 눈물이 주르륵 ㅠㅠ



6월 말에는 거의 다 회복했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인천에 가서 친구도 만나고 보라돌이도 만날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개금고, 센텀고 제자들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문현여고 아이들도 만나고 와야지. 이렇게 훈훈한 제자들 다 만나려면 서울에서 적어도 1~2주 살기는 해야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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