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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May 31. 2024

4년 차, 질풍노도의 정생물

4년 차 때 만난 멘토 교사 이야기

4년 차, 첫 번째 학교 마지막해는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니 이제 아는 것도 좀 생겼고, 4년 차에 처음 고3 담임을 하게 되면서 이해할 수 없는 학교문화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생겼다. 이런 궁금증을 어떤 선배 교사에게 여쭤보면 좋을지 생각했는데 그 해 우리 학교에 부임하여 동학년을 하게 된 선생님 중에 한 분을 나는 멘토 교사처럼 믿고 따르게 된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우리 동학년에 나보다 3살 많은 여자선생님도 그분을 좋아해서 우리 3명은 같이 식사도 많이 했고, 그런 시간을 통해 나는 열정 가득한 4년 차 교사가 이해할 수 없는 학교 문화, 동료 교사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항상 고마웠던 것은 너의 생각이 잘못되었다 또는 틀린 생각이다 이런 느낌의 말씀은 안 하셨고, 내가 빡쳐 있으면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거나 맛집에 데려가주셨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하면 항상 웃으면서 그럴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리액션해 주셔서 내 생각이 이상한 건 아니구나 했던 기억. 그리고 그때만 해도 회식을 하면 2차로 노래방을 많이 갔는데 여기 적기는 좀 그렇지만 암튼 20대였던 내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항상 불편했다. 대학생 때 일주일에 5번을 노래방에 갈 정도로 나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술 마시고 2차로 가는 노래방 문화는 적응되지 않았다. 그럴 때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보셨던 그 선생님께서는 완벽한 타이밍에 내가 노래방을 탈출해서 집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1년만 같이 근무하고, 나는 다른 학교로 옮기는 해가 되어 아쉬웠다. 그다음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기 위해 그 선생님께서 재직하고 계신 학교로의 이동도 고려해보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연락드렸고, 은사님도 아닌데 신규 시절 만났던 멘토 교사 느낌이라 그런지 스승의 날이 되면 이 선생님이 생각나곤 했다.


이 선생님의 영향이었을까? 나도 선배 교사가 되면 좌충우돌 열정 가득한 신규 교사를 보게 되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선배 교사 도움 따위 필요 없는 똑똑한 젊은 선생님들도 많이 있지만 똑똑하다고 다 아이들과 잘 지내며 담임도 잘하고, 업무도 잘 잘하는 게 아니다. 나도 부산 생물 임용 1등 할 정도로 똑똑했지만ㅋㅋㅋㅋㅋ 신규 교사 시절 이해 안 되고, 어려운 일이 많았으니까. 물론 젊은 선생님들 중에 교직에 대한 열정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선생님들은 나와 결이 좀 달라서 이야기가 안 통하니 손을 내밀 이유도 없겠지만... 내가 좌충우돌했던 경험과 멘토 교사가 나에게 해주셨던 경험을 가지고, 내 도움이 필요한 젊은 선생님은 도와주고 싶다. 왜냐면 이제 나는 19년 차 중견 교사가 되었으니까. 월급도 제법 되니까 젊은 선생님들이 힘들어할 때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고, 왜 힘든지 이야기들을 준비도 되어 있다. 물론 나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하기 좋아하는 성격으로 또 후배교사들에게 꼰대처럼 내 이야기를 많이 할지도 모르겠지만 ㅋㅋㅋ


암튼 나의 내 멘토 교사였던 선생님께서는 몇 년 전에 명퇴를 하시고,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다. 항상 건강하시면 좋겠고, 마지막으로 코로나 시절 연락드렸을 때 받은 카톡 메시지를 캡처해서 올려본다.

코로나 시절 정은경 = 질병관리청장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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