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탐구 동아리 이야기
2년 차에 나는 고1 담임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다음 해는 비담임으로 2학년 이과반 아이들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열정 가득한 정생물이었으므로 동아리 공모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300만 원이었나 예산을 받아서 생물 탐구 동아리를 지도했다. 우리 동아리에는 내가 뽑은 그 학년에서 공부 좀 잘하는 아이들은 다 속해있었는데 그 아이들에게 생기부에 기록되는 어떤 스펙 하나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직도 연락하는 아이들도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어느 대학으로 진학했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아래 사진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만 적어 본다. 여기에는 서울대를 간 아이, 한의학과에 간 아이, 부산대 생명과학과에 진학한 아이, 유니스트에 간 아이, 교대로 가서 지금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아이 3명, 의공학과에 간 아이 2명이 포함되어 있다.
현미경으로 이것저것 관찰해보기도 하고, 부산대에 데려가 해부 실습도 하고, 잎맥 책갈피 만들기 등등 내가 하고 싶었던 생물 실험도 했으며 예산이 있었으므로 주말에 창녕 우포늪으로 체험학습도 다녀왔다. 좋았던 기억 때문에 그다음 해에도 또 진행했는데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선배교사 몇 분이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걸 좋지 않게 봤고, 그런 활동 열심히 한다고 대학 잘 가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셔서 그 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동아리 활동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쉽지 않았다. ㅠㅠ 그래서 그 후에는 내가 스스로 공모 사업에 신청해서 동아리 담당 교사를 한 적은 없다. 학교 예산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서 동아리를 담당했을 뿐.
과학 선생님에게는 자기가 맡은 과목의 동아리를 개설하라는 압박이 항상 있다. 나는 뮤지컬 배우나 라디오 디제이가 또 다른 꿈인 선생님으로 ㅋㅋㅋ 생명과학 동아리 말고 다른 동아리를 담당하고 싶은데... 대학으로 진학할 때 과학 동아리 활동이 없으면 안되는 이과 귀요미들이 많으니 항상 내가 하고 싶은 동아리는 못하고 생명과학 동아리를 맡게 된다. 이과 귀요미 챙기는 일이 나의 직업인데 어쩌겠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