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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May 29. 2024

부산에서 아가씨가 주차 제일 잘해

4년 차 정생물, 운전을 시작하다

4년 차 정생물, 운전을 시작하다

수능을 치고, 운전면허를 바로 땄다. IMF시절을 겪은 고3이었던 나는 나중에 트럭 운전을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1종 면허에 도전했는데, 2종 자동 면허를 땄으면 되었을 텐데ㅋㅋㅋ 자동차 학원에서 트럭으로 운전을 배웠고, 대학교 입학식날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하였다.


운전을 해야 할 때 면허를 따서 도로 연수를 조금 더 한 다음에 바로 운전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운전면허는 대학생 때 땄지만 대학생 때는 운전을 하고 싶지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신규 발령이 난 이후에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운전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4년 차에 고3 담임을 처음으로 하게 되면서 10시까지 야자 감독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거의 11시가 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2월에 도로 연수를 10시간 정도 받고, 3월부터 아빠 차를 몰고 출퇴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로 연수 해주는 아저씨가 나에게 선생님은 대부분의 여교사랑 조금 다르다며 대부분의 여교사는 시내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밟아서 뭐라고 하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잘 안 밟고 속도를 자꾸 내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 비가 오는 날도 스피드를 즐긴다며 ㅋㅋㅋ


4년 차 때는 진짜 집-학교만 운전하고, 회식하는 날 등 모르는 장소에는 무조건 내 차를 가지고 않았다. 그러니 1년 내내 운전해도 운전이 느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다음 학교에 출근하려면 연산교차로도 지나가고, 진양 사거리도 지나가야 해서 운전이 확 늘었다. 물론 그 시기에 사고도 한 번 나고, 신나서 퇴근하다가 학교 담벼락에 차를 긁기도 했지 ㅋㅋㅋ 그 후로는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베스트 드라이버 정생물이다. ㅋㅋㅋ



나는 내 주차 실력을 부산 아저씨들로부터 인정받은 2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아빠가 타던 차를 물려받아서 몰다 보니 후방 카메라는커녕 센서도 없는 구형 SM5, 그래도 후방 센서는 있는 투싼을 번갈아 가면서 몰고 다닌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내 공간지각능력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한 번은 용두산 공원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리는데 거기 관리하는 아저씨가 손뼉 치면서 "부산에서 아가씨가 주차 제일 잘해.“ 라고 말씀하셨다. ㅋㅋㅋㅋㅋ 그때 나도 각이 잘 안 나올 것 같았는데 한 방에 성공해서 기분이 좀 좋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던 아저씨가 칭찬을 해줘서 고래가 아닌 정생물을 춤추게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남자 제자 두 명을 내 차에 태우고 온천천 고깃집에 저녁 먹으러 가던 날 지정 주차장에 주차를 하러 갔는데 또 내가 내리니까 거기 주차장 관리하는 아저씨께서 "주차 잘하네. 나는 내가 해줘야 하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하시는 게 아닌가? ㅋㅋㅋ 나의 운전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30대 중반 남자 제자들 2명 앞에서 주차 실력 칭찬을 듣다니 ㅋㅋㅋ 더욱 뿌듯한 저녁이었다.


암튼 대학교 1학년 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올해로 운전한 지 16년째에 접어들었다. 겸손하지 않은 정생물이라 내 운전 실력과 주차 실력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다 나처럼 잘하는 게 아니니까ㅋㅋㅋ 항상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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