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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곧 능력이다

40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

by 정생물 선생님

나는 홀수 연도에 태어나서 2023년, 그러니까 작년에 건강검진을 받는 해였다. 만 35세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추가되어 들어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35세가 넘어가면 누구나 건강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식습관 및 운동, 건강 검진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건강검진 기본 검사에서 대사성 질환의 징후들이 보였지만 아직 경계성이니까 약을 안 먹고 조금 더 관리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몇 년을 버텨왔고, 건강 검진 할 때마다 올해는 진짜 운동을 체계적으로 해야지 다짐했지만 매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얼마 전에 본 건데 40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 ㅋㅋㅋㅋㅋ 내시경 초음파 엑스레이에 뭐가 자꾸 새로 보인다니 ㅠㅠ ㅋㅋㅋㅋㅋ 진짜 맞는 말이다. 주변에 40대 이후로 건강검진 할 때마다 보이는 물혹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분들이 넘쳐난다.



작년 고3 담임, 또 건강검진을 미루고 미루다가 수능 이후 12월에 받으려고 보니 예약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암 검진은 올해로 연기하고, 기본 검진만 받게 되었다. 기본 검진 결과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수능 이후 아이들 데리고 외부 활동을 많이 나가던 날 뭔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고, 올해 1월 말 병원에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수술이라니... 크기가 너무 커서 제거해야 한다고 ㅠㅠ 1월 29일에 처음으로 진단을 받고, 5월 2일에 수술하기까지 3군데의 병원 투어와 CT, MRI 촬영... 생애 처음으로 많은 것을 경험했다. 진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의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환자들에게 중요한지 느끼면서 나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첫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따뜻하게 이야기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려워 주변 선생님들과 제자들에게 징징 거렸는데 정말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동이었다. 이 내용은 나중에 "과분한 사랑"에 연재할 계획이다.


1000명 중의 1명 정도의 확률로 암일 수 있어서 개복 수술로 변경되는 바람에 8주 진단을 받고, 2달의 병가를 쓰고 현재 내 몸의 회복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수술 후 5일 만에 퇴원을 하고, 어제 조직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교수님께서 암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비타민D 수치가 낮아서 영양제 한 달 처방해 줄 테니 먹고 한 달 뒤에 다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병원을 나와서 초록초록한 나무 사이로 걸어가면서 이제 진짜 내 몸이 좋아지는 것만 남았구나 싶었다. 날씨도 좋고, 내 기분도 좋았다. 자 이제 진짜 내 몸을 회복하는 일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7월에 학교로 돌아가서 그전처럼 생활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일만 남았다. 40대 이후는 진짜 체력이 곧 능력이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초록 (용두산공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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